[중국 후진타오 시대] 3. 경제 브레인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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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후진타오(胡錦濤) 시대의 경제 과제는 '균형 성장'으로 집약된다. 국유기업의 지속적인 개혁, 농업 진작, 계층이나 지역 간의 고른 발전을 위해서는 꾸준한 개혁이 필요하다.

이를 뒷받침할 후진타오의 경제 진용은 우선 원자바오(溫家寶)총리가 필두다. 그는 지난해 당 대회 등을 통해 농업과 농촌.농민 등 이른바 '3농(農) 정책'을 국정의 핵심 과제로 책정했다.

중복 투자를 막고 중국 경기를 과열에서 벗어나게 해 연착륙으로 유도하는 게 그의 최대 임무다.

원 총리 아래에서 거시적으로 개혁의 틀을 잡아 나가는 것은 마카이(馬凱)주임의 몫이다. 주룽지(朱鎔基) 전 총리 비서실장을 지냈고 현재 국가발전개혁위원회를 맡고 있다. 외모에서 풍기는 인상은 '시골 아저씨'. 그러나 주룽지 전 총리 못지않게 강직하고 허례를 싫어하는 철저한 실무형이다. "경제 관료 중에서 후진타오의 개혁 성향을 가장 충실하게 이행할 수 있을 것"이라는 평을 듣는다. 그만큼 성격이 단순하면서 분명하다. 지난해 중증 급성호흡기증후군(SARS.사스) 때 한국 측이 제공한 김치를 모두 돌려 보낼 만큼 주변 정리가 철저하기도 하다. 회의에선 모든 사안을 핵심 위주로 설명하고 요점만을 정리해 발언한다. 그래서 "관련 사안에 대해 생각이 분명하게 정리된 인물"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원 총리, 마 주임이 윤곽을 잡는다면 무역과 농업.금융의 3대 분야는 핵심 측근들이 지원하고 있다. 먼저 무역 담당의 상무부 부장엔 랴오닝(遼寧)성 성장을 역임한 보시라이(薄熙來)가 버티고 있다. 보 부장은 사람들이 고위 간부 자제를 일컬을 때 말하는 소위 '태자당' 출신이지만 성향은 매우 개방적이다. 2001년 세계무역기구(WTO) 가입 이후 중국이 실행해야 할 여러 단계를 주저없이 받아들이는 등 문호 개방에 앞장서고 있다. 2006년까지 늦출 수 있는 자동차 시장 개방을 유예기간 없이 바로 실행키로 하는 등 취임 이후 적극적인 정책을 선보이고 있다.

농업 분야의 3농 정책을 수행할 핵심 브레인은 후이량위(回良玉)부총리다. 회족(回族)출신이면서 전임 주룽지 총리와 현 원자바오 총리의 두터운 신임을 받고 있다. 1994년 경제가 낙후한 안후이(安徽)성 성장으로 부임한 뒤 농촌을 개혁한 실적이 중앙에서 크게 인정받아 현재의 농업 담당 부총리직에 올랐다.

민감한 금융정책은 저우샤오촨(周小川) 인민은행장이 맡고 있다. 그는 원 총리 라인으로 분류된다. 소신과 원칙을 분명히 하면서 이를 철저하게 지키는 스타일이다. 은행의 부동산 대출 억제 정책을 과감하게 펼치면서 찬사와 원망을 함께 듣고 있다. 재미있는 것은 장쩌민 전 국가주석의 경제 브레인이었던 쩡페이옌(曾培炎)이 부총리로서 후진타오 시대의 경제 운용을 예의 주시할 것이란 점이다.

베이징=유광종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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