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광주 피말린 재검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16대 총선에서 3표로 승패가 갈렸던 경기 광주 선거구의 표 차이가 5일 재검표에서 2표로 좁혀진 채 최종 결정이 유보됐다.

한나라당 박혁규(朴赫圭)의원의 당선이 확정될 경우 민주당은 기대했던 경북 봉화-울진에 이어 또다시 뒤집기가 좌절된다.

반면 문학진(文學振)위원장이 역전하면 1백20석을 확보해 사실상 공조가 복원된 자민련의 17석과 합쳐 원내 과반의석(1백37석)에 이른다.

이 때문에 양당은 촉각을 곤두세웠다.

성남지원에 마련된 재검표장엔 朴의원.文위원장 측근과 양당의 당직자 등 2백여명이 몰려들었다.

민주당은 김옥두(金玉斗)사무총장.김근태 지도위원.신건(辛建)부정선거대책위원장 등이 현장에 나타났으며 서영훈(徐英勳)대표도 밤늦게까지 상황을 챙겼다.

한나라당에선 최병렬(崔秉烈).박희태(朴熺太)부총재와 목요상(睦堯相)정책위의장, 이재오(李在五).정인봉(鄭寅鳳)의원 등 10여명이 출동했다.

이날 7시간50분 동안 재검표 작업이 벌어지는 동안 양측은 시종 초조한 기색으로 연신 냉수를 들이켰다.

양측은 재검표 과정에서 朴의원 표 가운데 스카치 테이프로 붙여진 1표를 발견한 뒤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이 때문에 두 차례나 휴정사태를 겪었다.

무효표 가운데 투표용지가 훼손되거나 잉크 등 이물질이 묻어 판정이 보류된 10여표 역시 쟁점이 됐다.

사태가 꼬이자 법관들은 휴정을 선언한 뒤 법정 밖으로 장소를 옮겨 협의를 거듭했다.

결국 법원은 14표에 대한 판단을 2~3주 뒤로 미뤘다.

이에 대해 文위원장측은 "14표 중 내게 유리한 표가 많은 것으로 안다" 며 기대감을 버리지 않았다.

朴의원측도 "대법관조차 판단하기 어려운 14표는 대부분 무효 처리될 것" 이라고 낙관했다.

하지만 양당 지도부는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

민주당 일부 당직자들은 "차라리 투표를 다시 해 깨끗하게 승부를 내야 한다" 며 文위원장측을 위로했다.

한나라당도 "재검표 결과 야당 표가 늘면 늘지 줄지는 않을 것" 이라고 애써 태연한 반응을 보였다.

그러면서 " 14표의 향방이 어떻게 될 것 같으냐" 며 정보수집에 열을 올렸다.

한편 두 후보의 득표수가 같을 경우 연장자 우선 원칙에 따라 文후보와 같은 1955년생이면서 생일이 51일 빠른 朴후보가 승리하게 된다.

정재헌.이정민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