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장 경선 스케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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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16대 국회가 5일 민주당 이만섭(李萬燮)의원을 신임 의장으로 선출하는 것으로 막을 올렸다.

이날 의장선거는 여야 모두 이탈표가 거의 없이 일사불란한 모습으로 진행됐다.

◇ 국회의장단 경선〓 "2백73명 전원 투표에 이만섭 의원 1백40표, 서청원 의원 1백32표, 서영훈 의원 1표!"

오전 10시50분 본회의 임시의장인 민주당 김영배(金令培)의원이 의장선거 투표결과를 발표하자 민주당 의원들은 李신임의장 주위로 몰려들어 축하 악수세례를 퍼부었다.

반면 한나라당 서청원 의원은 고개를 숙였다.

의외의 한표를 얻은 민주당 서영훈 대표는 주위 의원들에게 손을 내저으며 멋쩍어했다.

민주당 김옥두(金玉斗)총장 등은 자민련 김종필(金鍾泌)명예총재 자리로 찾아가 자민련의 지지에 대한 감사인사를 건넸다.

민주당 당직자들은 "한표도 안샜다" 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신임 李의장은 인사말에서 "양심과 정치생명을 걸고 공정한 의장이 되겠다" 고 한 뒤 곧바로 의장석에 앉았다.

의장선거 결과에 대해 한나라당 최병렬(崔秉烈)의원 등은 "소신투표를 부르짖던 386들은 다 어디갔느냐" 며 개탄하기도 했다.

그러나 두번의 부의장 선거에선 각각 단일후보로 나선 한나라당 홍사덕.자민련 김종호 의원이 여유있게 투표수의 절반을 넘어 당선됐다.

부의장 선거에선 김종필 명예총재 5표, 이인제 의원 2표 등 산표(散票)가 속출했다.

◇ 3명 모두 비례대표〓의장단 3명 모두 비례대표 출신이어서 눈길. 李의장은 민주당 비례대표 4번, 홍사덕 부의장은 한나라당 2번, 김종호 부의장은 자민련 3번이다.

◇ 치열한 표 단속〓자민련 이한동(李漢東)총리서리를 포함해 2백73명 전원이 투표에 참석했을 정도로 각당은 의장단 선거에 총력을 기울였다.

과반수 확보의 키를 쥔 민국당 한승수(韓昇洙), 한국신당 김용환(金龍煥)의원 등은 본회의장에서 한나라당.민주당 측으로부터 집중적인 악수공세를 받았다.

이에 앞서 각당은 일제히 의원총회를 열어 막판 표 단속을 벌였다.

민주당 의총에서 서영훈 대표는 "국민들이 민망하지 않게 총력을 기울여 많은 표차로 우리 후보가 당선되게 하자" 고 주문했다.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총재도 소속 의원들에게 "야당이 만족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이 나라 국회의 독립을 위해 반드시 승리하자" 고 독려했다.

자민련 김종호 총재권한대행은 "야당 국회의장이 되면 국회 교섭단체 꿈이 불가능해진다" 며 민주당 이만섭후보 지지를 호소했다.

◇ 대통령 개원연설〓교섭단체 요건 완화를 담은 국회법 개정안에 대해 한나라당이 반발, 대통령의 개원연설을 듣지 않겠다고 버텨 하루종일 진통을 겪었다.

민주당 정균환(鄭均桓)총무와 한나라당 정창화(鄭昌和)총무는 이날 국회의장단 투표가 이뤄지는 동안 두차례, 점심시간 직후 한차례 등 세차례나 만나 절충을 벌였다.

그 결과 개원식 10분 전에야 가까스로 타협점을 찾았다.

李의장과 양당 총무 등 3인이 의장실에서 모인 가운데 민주당 鄭총무가 "여야가 협의해 대화.타협으로 최선을 다해 (국회법 개정안을)처리하되 일방적인 강행통과나 날치기를 않겠다" 고 약속했고, 한나라당은 이를 수용했다.

이 과정에서 한나라당 鄭총무는 소속 의원들에게 "정치를 하다 보면 손해볼 수도, 이득을 볼 수도 있다" 며 "총무를 믿고 들어가자" 고 호소하기도 했다.

박승희.김정욱.김정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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