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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일 “계획경제와 시장경제 같이 못 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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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재일동포 북송 50주년 기념행사가 15일 평양 청년중앙회관에서 양형섭 최고인민회의 상임위 부위원장을 비롯한 북한 관계자와 조총련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이 행사는 재일동포 9만3000여 명이 북한으로 귀국한 북송 사업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판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가운데 빈 의자는 행사 보고자인 양형섭 자리.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북한이 지난달 30일 단행한 화폐 개혁은 지난 9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경제관리 노선 변경 지시에 따른 것으로 밝혀졌다. 서울의 대북 소식통은 16일 “김 위원장이 9월 초 내각의 무역성과 대외사업기관을 비롯한 경제부처 주요 간부들을 대상으로 ‘계획경제와 시장경제의 조화는 불가하다’는 방침을 내렸다”며 “화폐 개혁은 이에 따라 내부 통제와 계획경제를 강화하기 위해 실시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 소식통은 북한 내각 경제부처 고위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이같이 전하고 “김 위원장의 지시를 담은 새 경제관리 노선은 내년 1월 1일 3개 신문 신년 공동사설(신년사)에 반영될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이는 이번 화폐 개혁의 주목적이 2002년 이후 두드러지기 시작한 소규모 시장(장마당) 등의 시장경제 요소를 약화시키고, 국가 계획경제를 강화하려는 것임을 나타내준다. 북한은 2002년 7·1 경제관리 개선조치를 통해 장마당 등의 시세에 맞춰 국정 가격과 임금을 인상하고 인센티브제와 기업의 자율성 확대 등 시장경제 요소를 도입했으나 인플레이션과 빈부 격차의 부작용을 겪어왔다. 북한 최고인민회의(국회) 상임위원회가 16일 부동산의 등록과 이용, 사용료 납부를 규제하는 부동산관리법과 물자소비기준법 등 경제 관련 법률을 제정한 것은 시장을 강력히 통제해 나가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대북 소식통은 또 “김 위원장은 경제부처 간부들에게 경제관리 노선변경 외에 미국을 비롯한 서방 자본의 유치도 지시했다”고 전했다. 소식통은 “북한은 93년과 2002년 나진·선봉과 신의주 특구를 통해 해외 자본 유치를 시도했으나 성과가 없었다”며 “이번에는 특구 확대와 특구 이외 지역에 대한 투자 유치도 적극 시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인제대 진희관(통일학) 교수는 “북한의 경제노선 변경은 7·1조치가 실패했다고 인정한 것”이라며 “최근 경제가 회복 조짐을 보이고 중국의 경제 지원으로 물자 공급에 자신이 있다는 판단도 작용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정용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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