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이현씨, 장편소설 『너는 모른다』 펴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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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소설가 정이현(37·사진)씨가 신작 장편 『너는 모른다』(문학동네)를 펴냈다. 지난해 8월부터 인터넷 교보문고에 10개월여 연재했던 두툼한 분량(487쪽)의 작품이다.

정씨는 그간 접근전을 펼치는 능란한 권투선수처럼 세태에 밀착한 작품을 선보여 왔다. 데뷔작이자 문단 안팎에 그의 이름을 각인했던 단편 ‘낭만적 사랑과 사회’는 결혼을 하나의 비즈니스쯤으로 여기고 하룻밤 잠자리를 무기로 남편감 잡기에 나선 여대생 유리를 그렸다.

40만 부나 팔리고 드라마·뮤지컬로도 만들어진 장편 『달콤한 나의 도시』는 유리의 30대 버전일 직장 여성 오은수가 주인공이었다. 한마디로 낭만적 사랑 따윈 믿지 않는 듯한 인물들이었다.

때문에 다음과 같은 궁금증이 생기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이번 작품의 소재는? 과연 전작만큼이나 문학적 평가, 흥행 등에서 성공적일 수 있을까.

10일 만난 정씨는 “신문기사가 전하는 ‘사건의 전모’로는 도저히 알 수 없는 틈이나 블랭크, 또는 숨겨진 이야기를 쓰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런 ‘의도’를 위해 정씨가 선택한 소재는 산 사람도 공급 대상으로 삼는 끔찍한 장기 밀매, 어머니가 화교인 재혼 가정 구성원들의 메마른 관계 같은 것들이다. 또 변사 사건과 소녀 실종, 이를 캐는 엉성한 사립탐정 등을 등장시켜 빨리 읽힌다. 무엇보다 사체부검 장면, 영원한 이방인 화교들의 내면 등이 실감나게 그려진다.

정씨는 “사실성을 높이기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서 일했던 의사는 물론 화교도 인터뷰했다”고 밝혔다. 특히 한 화교는 ‘당신의 사연을 소설로 쓰고 싶다’고 하자 자잘한 가족사까지 털어놓고는 술에 취해 자신을 껴안으며 ‘내 얘기에 관심 가져줘 고맙다’고 말했다고 한다. 정씨의 접근전은 탄탄한 취재 덕인 것이다.

정씨는 “소설은 제목에서처럼 ‘너는 나를 모른다’고 말 할 수밖에 없는 현실을 그린 것”이라고 말했다. 그런 점에서 지금까지 자신이 매달려 온 ‘도시적 삶’이라는 범주에서 벗어나지 않는 작품이라고도 했다. 현실을 실감나게 재현해 독자를 반성케 하는, 정씨는 세태소설가다.

글=신준봉 기자, 사진=오종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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