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인이 바라본 중국 분석 '칸의 제국' 출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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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6면

중국은 확실히 매력적인 곳이다. 중국으로부터 온갖 신기한 물건이 쏟아져 들어오자 서양인들은 중국을 호기심과 경외감 어린 눈으로 바라보게 되었다.

특히 마르코 폴로의 '동방견문록' 은 중국에 대한 매력을 극대화했다.

미국의 대표적인 중국사가인 예일대 역사학과 석좌교수 조너선 스펜스는 바로 이 주제에 주목했다. 예일대에서 강의한 내용을 바탕으로 펴낸 '칸의 제국' (김석희 옮김.이산)에서 저자는 중국이 서양인의 마음 속에서 어떻게 굴절했는가를 사례를 들어 설명한다.

이 책은 13세기에 쓰인 마르코 폴로의 '동방견문록' 에서부터 시작해 20세기의 대표적 작가인 카프카와 보르헤스.칼비노의 소설에 이르기까지 48명 역사적 인물이 남긴 글을 통해 서양인들의 눈에 비친 중국의 모습을 찬찬히 훑어내려간다.

제목의 '칸' 은 13세기의 중국의 통치자를 일컫는 것으로 미대륙을 발견한 콜럼버스는 물론 요즘 서양인들까지 아직도 중국을 지배하는 것으로 믿고 있음을 빗댄 것이다. 중국 통치자에 대한 신비감은 1972년 닉슨의 중국 방문까지 이어진다.

'동방견문록' 은 중국을 경험한 서양인이 쓴 첫번째 탐방기다. 원본이 아직 발견되지 않았고 내용에 역사적 오류도 많아 신빙성 문제가 늘 따라다니지만, 이 책이 후대 서양에 미친 영향은 대단하다.

19세기 영국의 여류 작가 제인 오스틴은 광저우에 살았던 오빠의 경험을 활용해 '서양인의 중국보기' 를 좀더 개인적인 차원으로 만들었다.

1814년 쓴 '맨스필드 파크' 에서 1793년 조지 3세를 대신해 중국을 방문한 영국의 조지 매카트니 식 중국 체험을 개인의 인생에도 적용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한편 19세기 중엽 미국의 중국 노동자들이 만든 차이나타운은 마크 트웨인 등 동시대 작가들에게 중국을 매혹과 호감, 때로는 초조감의 대상으로 여기게도 했다.

저자는 중국에 관한 20세기의 가장 완벽한 미학적인 책으로 카프카의 '중국의 만리장성' , 보르헤스의 '끝없이 두 갈래로 갈라지는 길들이 있는 정원' , 칼비노의 '보이지 않는 도시들' 을 꼽는다. 이들은 각각 중국 역사에서 중요한 권력과 기원.관찰자의 문제를 다루었다.

저자는 말미에서 서양인들은 처음부터 중국 풍물에 호기심을 가지고 있었으며 이를 받아들일 태세였다고 말한다. 중국이 서양인의 마음 속에 자리잡는 데는 어떤 이유도 필요없었던 셈이다.

안혜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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