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주영회장, "손뗀다 몽구·몽헌도 물러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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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현대그룹 정주영(鄭周永)명예회장이 31일 전격 은퇴를 선언했다. 또 鄭명예회장은 전문경영인 체제 확립을 위해 정몽헌(鄭夢憲)그룹 회장.정몽구(鄭夢九)현대자동차 회장도 경영에서 물러나도록 했다.

이에 따라 현대는 모든 계열사를 전문경영인 체제로 운영하게 된다. 그러나 정몽구 회장측이 이날 鄭명예회장의 선언에 반발하고 나서 진통이 예상된다.

鄭명예회장은 이날 오후 김재수 구조조정본부장에게 대독시킨 연설에서 "앞으론 각 기업이 전문경영인 체제로 가는 것만이 성공할 수 있는 길" 이라며 "이를 위해 우린 (鄭명예회장과 정몽구.정몽헌 회장) 회사 경영에서 물러나 주주로만 남겠다" 고 밝혔다.

단, 鄭명예회장은 정몽헌 회장에 대해선 "대북 사업의 특수성을 고려, 남북 경협사업에만 전념케 하겠다" 고 밝혔다.

국내 최대 재벌인 현대그룹 鄭명예회장 3부자의 이같은 경영 퇴진은 국내 기업의 오너 체제에 엄청난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현대.기아자동차는 곧바로 성명서를 내고 "정몽구 회장은 자동차 전문 소그룹의 책임 전문경영인으로 흔들림없이 전념할 것" 이라고 반발했다.

이에 鄭명예회장이 이날 오후 4시20분쯤 서울 계동 현대사옥에 나와 정몽구.정몽헌 회장을 집무실로 불러 자신의 뜻을 설명했다.

한편 현대는 그룹 자금 유동성을 위한 자구책으로 이미 발표한 자구안 외에 총 3조7천1백41억원을 추가 확보키로 했다.

추가 매각대상 자산은 ▶유가증권 2조7천74억원▶부동산 6천9백88억원▶기타 3천79억원으로, 그룹(2조2천억원)과 현대건설(5천4백54억원)이 발표한 기존 자구안과 합치면 모두 5조9천1백41억원의 자금이 확보될 예정이다.

현대는 상장사인 현대엘리베이터를 추가 정리키로 했으며, 현대차.건설.중공업.전자 등 주력사를 포함한 모든 계열사에 대해 해외 기업과의 전략적 제휴를 추진해 지배구조를 선진화하겠다고 밝혔다.

이로써 37개 계열사로 구성된 현대는 올해 16개사를 추가 정리, 연말까지 21개사만 남게 된다.

김시래.서익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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