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1000대1 화폐단위변경' 구체안 마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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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이 리디노미네이션(화폐단위변경)에 대한 구체적인 검토를 끝내고 세부실천계획을 마련했다고 조선일보가 21일 보도했다. 리디노미네이션은 현재 화폐 단위를 1000대 1로 낮추고 새 화폐 단위 밑에 전(錢)과 비슷한 낮은 단위를 두는 것을 골자로 한다. 이에 따르면 신화폐와 구화폐가 1년간 함께 통용되며, 이 기간 중 모든 시중은행에서 신원을 묻지 않고 구화폐를 무제한으로 신화폐로 바꿔준다. 또 한국은행은 리디노미네이션에 대비해 조폐공사를 통해 새 화폐를 찍어낼 수 있는 인쇄기계를 발주, 내년 9월부터 새 화폐를 언제든지 생산할 수 있는 체제가 갖춰진다.

한국은행은 이미 2년 전부터 리디노미네이션을 포함한 화폐제도 개선 방안을 연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2년 전 유로화를 도입한 유럽연합(EU)의 사례를 집중 연구, 치밀한 실행계획대로 추진한다면 리디노미네이션을 조기에 정착시킬 수 있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20일 정부 고위 관계자는 "한국은행은 화폐단위 변경이 중장기적으로 반드시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또한 "리디노미네이션 실시 전이라도 고액원 발행, 위조지폐 방지를 위한 새 화폐 발행을 추진키로 정부와 한은의 의견이 접근됐다"고 말했다. 또 현재 화폐단위인 '원'을 그대로 쓸 경우 혼동이 생길 것을 우려해 새로운 명칭을 도입키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되면 지난 62년 화폐 개혁과 함께 등장한 '원'화 시대는 40여년 만에 막을 내리게 된다. 그러나 새 화폐 명칭이 무엇이 될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지폐와 동전의 크기도 대폭 줄여 지폐는 달러나 엔화 같은 선진국 지폐 크기로 줄일 계획이다. 동전은 가장 큰 것이 현재의 10원 크기를 넘지 않도록 할 계획이다. 기존 우리 지폐와 동전은 모두 선진국에 비해 너무 커서 쓰기에 불편하다는 지적이 있었다. 지폐는 너무 커서 선진국 지갑에 담기 곤란했고, 동전 역시 500원짜리는 크고 무거웠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은 재정경제부와 리디노미네이션에 관한 의견이 모아지는대로 법 개정을 위한 공청회 등 공론화에 착수할 계획이다. 정부는 이런 논의를 거쳐 실제 화폐 교환이 이뤄지기까지는 3~5년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디지털뉴스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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