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기업이 손잡으니 경쟁력 '쑥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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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견화장품 업체인 엔프라니는 지난 10월 화장품 브랜드 '고윤'을 리뉴얼 출시했다. 이 브랜드가 출시된 지 2년 만이다. 한방에 기초해 피부 효과에 좋은 제품을 다양화했다. 그 중 눈에 띄는 것은 이 브랜드의 모든 제품 용기가 이전과 크게 달라졌다는 것이다. 정통 병풍과 사군자를 아이디어로 삼아 매화와 국화 그림을 용기에 그려 넣었다. 이전보다 동양적인 느낌을 극대화해 고급스러움을 한 층 더했다. 이 용기 디자인 교체 작업은 삼성디자인학교(SADI)에 재학 중인 학생들이 주도했다. 이윤동 제품디자인(PD)학과 교수 지도하에 학생 10명이 디자인에 참여한 것이다. 엔프라니 디자인연구소 하지연 소장은 "SADI와 함께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보다 더 새롭고 업그레이드된 이미지를 만들 수 있었다"며 "SADI와 함께한 산학협동 프로젝트를 통해 대학생들의 참신한 아이디어로 브랜드 이미지를 한층 높일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대학과 기업 간에 이루어지는 산학협력 프로젝트가 경쟁력 강화로 이어지고 있다. 학생들이 디자인한 화장품 용기가 정식으로 채택되는가 하면, 기업이 대학의 기술을 지원받아 공동 사업화하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산학프로젝트는 대학의 수업이 더욱 실용적으로 변할 수 있도록 돕고, 학생들에게는 장학금 혜택과 이력을 쌓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도 한다. 또 기업은 젊은 감각의 참신한 아이디어를 제공받을 수 있어 좋다. 이번 프로젝트에 참여한 SADI PD학과 3학년 명지은씨는 "화장품은 외관디자인이 중요한데, 젊은 소비자의 입장에서 화장품 용기를 디자인해보면서 관련 지식도 습득할 수 있어 좋았다"면서 "산학협동 프로젝트로 디자인한 제품들이 실제로 인터넷이나 마트에서 판매되는 것을 보니 뿌듯하고 자신감이 생긴다"고 말했다.

매년 많은 대학들이 산학프로젝트를 실시하고 있지만, 학문연구를 중시하는 학교와 수익창출을 근간으로 하는 기업 간 목적이 상이해 학생들의 결과물이 상용화되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SADI 이윤동 교수는 “이번 프로젝트는 비즈니스적 관점을 강조한 SADI의 크리틱 수업과정을 통해 결과물의 완성도를 높일 수 있었다”며 “SADI의 크리틱 수업은 학생들의 문제해결 능력을 향상시켜 졸업 후 현장에서 실제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데에도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SADI는 창조적인 디자이너의 양성을 통해 한국의 디자인 경쟁력 향상에 기여하고자 지난 1995년 삼성그룹이 설립했다. 협력관계를 맺고 있는 삼성그룹 계열사, 국내 유수의 기업, 디자인 전문 업체 등과 공동 작업을 통해 학생들이 실무 감각을 익힐 수 있도록 매년 산학 협동 프로젝트 교육을 실시해오고 있다. 이러한 교육과정은 학생들의 산업환경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 졸업 후 현장에서 실제 프로젝트 수행하는 데에도 많은 도움을 준다는 게 학교 측의 설명이다.

원천기술을 제공하고 지분참여를 통해 공동사업에 나서는 산학협력의 모델도 있다. 경북대학교와 발광다이오드(LED) 검사장비업체 ㈜티에스이는 지난달 근거리 무선통신 토털 솔루션 회사인 ㈜케스트(이하 KEST)를 설립해 본격적인 사업을 시작, 시스템 상용화를 앞두고 있다. 경북대와 충남 천안에 본사를 둔 티에스이는 지난 9월 위치기반 자동안내시스템과 전자가격표시시스템 등 근거리무선통신기술 기반제품을 생산, 유통시키는 KEST의 공동사업에 착수했다. KEST는 경북대 임베디드소프트웨어연구센터로부터 원천기술을 이전 받아 상용화하며, 티에스이는 KEST 지분의 30%를 경북대에 제공하는 형태로 설립됐다. 대학과 기업이 연구개발, 사업화, 재투자의 단계로 상호 보완하는 방식이다. 이에 따라 KEST는 2017년까지 최소 400억 원 이상의 연구개발비를 경북대 소프트웨어연구센터에 지원키로 하는 등 단순한 유료기술이전에서 벗어나 새로운 산학협력 모델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정보기술(IT) 분야의 산학협력도 활발하다. 창원대학교 산학협력단은 물 속에서 작업할 수 있는 로봇을 연말쯤 상용화할 계획이다. 이 학교는 일찍이 한국건설로봇㈜과 수중항만공사 기계화 장비인 ‘스톤 맨’과 ‘스톤 다이버’에 대한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하고 산학프로젝트를 실시하고 있다.

이재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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