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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상철의 중국 산책]‘황태자’ 시진핑 1인자 등극 3대 변수는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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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아시아 4개국 순방에 나선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 부주석(왼쪽)이 14일 첫 방문국인 일본에 도착해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총리와 악수를 나누고 있다. 시 부주석은 16일 한국을 방문할 예정이다. [도쿄 로이터=연합뉴스]

소년은 꽃신을 신었다. 누나에게 물려받은 것이었다. 밖에 나갔다가 친구들의 놀림감이 됐다. 하루는 인민대회당에 갔다가 “뉘 집 자식인데 행색이 이렇게 남루하냐”는 핀잔을 받았다. 당 간부인 아버지가 검약을 강조한 까닭이었다. 문화혁명 때는 실각한 아버지 탓에 ‘반동학생’이란 딱지가 붙었다. 반동이란 소리가 싫어 16세 때 자원한 농촌 노동은 ‘기절할 만큼 힘들었다’고 한다.

◆이변 없는 한 2012년 최고지도자 등극=16일 한국을 찾는 시진핑(習近平·56) 중국 국가 부주석의 청소년 시절 이야기다. 그의 방한이 주목받는 건 ‘황태자’ 신분인 까닭이다. 이변이 없는 한 2012년 중국 최고지도자로 등극할 예정이다. 그러나 1인자의 길은 그의 어린 시절만큼이나 순탄치만은 않아 보인다. 9월 열린 17차 당 중앙위원회 제4차 전체회의(4中全會)가 문제가 됐다.

4중전회의 관심은 그가 당중앙군사위원회 부주석에 오르느냐는 것이었다. 지난 20년간 중국의 권력승계를 볼 때 대부분 4중전회 때 변화가 있었기 때문이다. 후진타오는 15차 4중전회 때 당중앙군사위 부주석에 올랐고, 5년 뒤 16차 4중전회 때 주석이 됐다. 시진핑으로선 17차 4중전회 때 군사위 부주석이 돼야 했다.

그러나 아무 소식이 없었다. 파벌 투쟁 운운의 억측이 쏟아졌다. 당황한 중국 정부는 베이징의 몇몇 외신을 초청해 “4중전회에서 인사는 논의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그것도 부족했는지 중국 정부의 의중을 전하는 홍콩 시사지 경보(鏡報)도 거들고 나섰다. 경보는 12월호에서 “시진핑이 준비가 덜 된 점을 이유로 군사위 업무를 고사했다”고 보도했다.

중국 당국이 소문 진화에 부심하는 이유는 무얼까. 당내 분규가 있는 것처럼 비칠까 우려해서다. “중국에서 문제가 생긴다면 그건 공산당이 분열한 경우다”는 덩샤오핑의 경고처럼 당내 분규는 경계 대상이다. 중국 당국은 ‘6·4 천안문 사태’도 지도부가 엇갈린 견해를 가진 것으로 대중에 알려졌기 때문에 일어났다고 본다.

◆시진핑 3권 장악 세 가지 전망=그렇다면 시진핑은 장쩌민이나 후진타오처럼 당총서기, 국가주석, 중앙군사위 주석 등 당·정·군 3권을 장악하는 1인자가 될 수 있을까.

세 가지 전망이 나온다. 첫째는 앞으로 3권 모두를 틀어쥔 1인자는 없다는 것이다. 민주화를 추진 중인 중국은 우선적으로 당내 민주를 강조하고 있어 3권을 한 사람에게 집중시키는 인사는 하지 않을 것이란 이야기다. 둘째는 3권 중 가장 중요한 당 총서기 자리를 놓고 경선을 실시할 것이란 견해다. 2006년 중국에선 베트남은 당 총서기를 경선으로 뽑는데 왜 중국은 하지 못하느냐는 여론이 일었다. 이 경우 공산주의청년단 출신으로 후진타오의 후원을 받는 리커창 부총리 등 차세대 후보군과의 경합이 불가피하다. 셋째는 3권을 다 장악하겠지만 군사위 주석만큼은 시차를 두고 물려받을 것이란 전망이다. 세 시나리오 모두 전임자가 누렸던 대우와는 차이가 있다.

◆그를 키운 건 ‘자만 말자’ 좌우명=시진핑은 태자당(太子黨)으로 불린다. 부친 시중쉰이 전국인민대표대회 부위원장을 지낸 고위 관료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가 힘든 시절을 극복한 건 태자당의 후광이 아니라 좌우명 덕택이었다. ‘자부심을 갖되 자만하지 말자. 의욕을 갖되 떠벌리지 말자. 일에 힘쓰되 경솔하지 말자’. 13억의 1인자를 향한 행보에 좌우명이 또다시 힘을 발휘할 수 있을까. 중국만이 아닌 세계의 관심사다.

유상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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