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 "1%라도 더" 지분 확보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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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1면

수면 아래로 가라앉는 듯했던 인수.합병(M&A) 테마가 다시 부상하고 있다.

정부가 출자총액제한제도를 유지하기로 방침을 정한 가운데 기업들이 발등의 불인 경영권 방어를 위해 자사주 매입이나 순환출자에 적극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사모투자펀드(PEF)도입과 연기금의 주식투자 허용 흐름 등도 M&A 테마를 부추기고 있다. 하지만 M&A 테마로 주가가 상승하자, 정작 외국인 투자자들은 조용히 주식을 처분하는 모습이다.

◆ 재부상하는 M&A 관련주=한동안 잠잠하던 M&A테마에 다시 불을 붙인 것은 삼성그룹이다. 9~10월중 삼성물산 주식 700억원어치를 매입하겠다는 삼성SDI의 공시가 분위기를 돌려놓았다. 현재 삼성그룹의 지주회사 격인 삼성물산의 내부 우호지분은 대략 15% 정도인 반면 외국인 지분은 44.9%에 달한다. 삼성SDI의 주식매입 발표로 삼성물산 주가는 17일 10.9% 급등한 데 이어 20일에도 2.2% 올랐다.

김중현 굿모닝신한증권 연구위원은 "당장 삼성의 경영권이 위협받을 것으로 보이지는 않지만 최근의 움직임은 만약의 가능성에 대비하는 사전적인 성격이 강하다"면서 "삼성과 비슷한 주요 그룹의 지주회사들을 중심으로 M&A 테마가 계속 관심을 끌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한화그룹의 지주회사 격인 ㈜한화도 비슷한 이유로 20일 상한가를 기록했다. 대주주의 지분이 낮기 때문에 김승연 회장 측의 경영권 안정을 위해 지분매입에 지속적으로 나설것이란 기대에서다.

LG, GS 홀딩스, SK㈜, ㈜CJ 등 다른지주회사들도 이날 일제히 상승했다.

리딩 증권사 중 한곳인 대신증권도 M&A 테마주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 17일 별세한 고 양회문 회장과 일가 등 최대주주의 지분이 9.8%에 불과한 반면 외국계 펀드인 JF에셋(JFAM)과 모건스탠리 자회사(MSIM) 등이 각각 9.7%, 7.8%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 지속 상승은 미지수=전문가들은 M&A 테마에 큰 기대를 거는 것은 금물이라고 말한다. M&A테마 종목들은 대주주간의 힘겨루기가 끝나는 순간 주가가 힘없이 빠지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단순히 대주주 지분 이외에 ▶실제 가치보다 어느정도 저평가돼 있는지▶특수한 자산이 있는지 등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고 조언한다. 삼성물산.대신증권 등 주요 종목을 외국인들이 처분하고 있는 점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발빠른 일부 외국인들은 최근 주가 급등을 기회로 삼아 주식의 차익을 실현하고 있다는 얘기다.

박종렬 교보증권 연구위원은 "외국인들이 구조적으로 이탈하지 않더라도 일시적으로 시세차익의 유혹을 받고 있다고 봐야한다"고 말했다.

김창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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