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기업들 '간판업종' 바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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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7면

코닥.후지필름과 함께 세계적 필름 메이커로 알려진 아그파의 한국지사인 아그파코리아의 주력 사업은 신문 인쇄를 포함한 그래픽이다. 필름을 만들어 파는 영상 사업부의 비중이 다른 해외지사보다 낮다. 지난해 아그파코리아는 매출의 절반을 신문인쇄 분야에서 올렸다.

안산 반월공단의 인쇄공장은 전량 수입에 의존해 온 오프셋 인쇄판을 국내 최초로 개발.판매해 연간 2천만달러의 수입대체 효과를 올리고 있다.

아그파코리아 관계자는 "그동안 소비자에게 각인된 필름업체 이미지를 벗고 종합 디지털 회사로 변신하기 위해 그래픽.기술영상 분야 투자를 늘리고 있다" 고 말했다.

국내에서 활동하는 상당수 외국기업이 글로벌 차원에서 펼치는 주력사업 대신 새로운 사업을 개발하거나 아예 간판 업종을 바꾸는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한국의 경제규모가 커지면서 주력업종을 다각화해도 사업성공 가능성이 어느때보다 커졌기 때문이다.

인텔코리아는 마이크로프로세서 메이커의 이미지를 벗고 네트워크.인터넷 솔루션 업체로의 변신을 서두르고 있다.

특히 한국내 인터넷 기반산업과 인력.기술 등을 적극 활용해 인터넷 토털 솔루션 업체로 전환을 꾀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인텔코리아는 최근 아시아.태평양지역에서 처음으로 데이터 서비스센터를 한국에 열었다.

인텔은 이 데이터센터의 서버 수를 현재 1백개에서 앞으로 5천~1만개까지 늘리기로 했다.

마이크 에이머 인텔 온라인서비스 사장은 "한국의 인터넷 성장세는 폭발적" 이라며 "웹호스팅 서비스에 대한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데이터 서비스센터를 개설했다" 고 말했다.

컴팩코리아 역시 국내 정보통신 환경 변화에 맞춰 경영전략을 수정하고 있다.

컴팩은 세계적으로 알려진 컴퓨터 하드웨어 업체지만, 한국 지사인 컴팩코리아에선 사업분야를 솔루션.컨설팅.금융 서비스 및 지원 분야까지 확대해 일반 컴퓨터 업체가 아닌 토털 컴퓨팅 회사로 변신을 꾀하고 있다.

컴팩코리아 강성욱 사장은 "최근 카펠라스 컴팩 회장이 방문해 발표한 올해 1억달러 투자계획 중 상당 부문을 토털 솔루션 회사로 변신하는데 투입할 예정" 이라고 말했다.

반도체 메이커인 텍사스인스트루먼트(TI)도 국내에서는 충북 진천에 전자제어 부품공장을 가동하는 등 종합 전자 메이커로 자리잡기 위해 활발한 투자를 하고 있다.

TI 관계자는 "진천공장의 매출을 2002년까지 1억달러 이상으로 끌어올리고 수출도 3천만달러로 늘리는 등 TI의 대표적 전자제어 생산기지로 키울 계획" 이라고 밝혔다.

이밖에 세계 최대의 메이저 석유회사인 쉘의 한국 투자법인 한국쉘석유는 87년 합작사인 극동정유와 결별한 뒤 국내에서는 윤활유와 그리스를 전문 생산하고 있다.

표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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