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고채 잔고 100조 넘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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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국고채 발행잔액이 처음으로 100조원을 넘어섰다. 50조원을 넘어선 지 2년6개월 만에 발행잔액이 2배로 늘어나면서 지표금리 채권으로서 자리매김을 해나가고 있다. 그러나 양적 팽창에도 불구하고 마땅한 투자대상을 찾지 못한 연기금이나 금융회사들이 채권을 싹쓸이하면서 시장은 항상 물량기근에 시달리고 있다.

◆ 국채 100조원 시대=재정경제부는 20일 '2분기 재정금융통계'를 통해 6월 말 현재 국고채 발행잔액이 101조6115억원이라고 밝혔다. 외국환평형기금채권 발행액 50억달러까지 합치면 전체 발행잔액은 160조원을 넘어선다.

정부는 상반기에 20조원어치의 국고채를 발행했고 하반기에도 국회 승인한도(54조원) 내에서 국고채를 추가로 발행한다는 계획이다. 경기를 살리기 위해 정부 돈을 더 풀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다만 정부는 장기채 시장을 육성하기 위해 5년 만기 40%, 10년 만기 30%를 발행한다는 계획이다.

◆ 아직은 걸음마 단계=전문가들은 현재 10년 만기 국고채의 금리(4.1%)는 비교적 현재의 경제 여건을 적절히 반영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지표금리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국고채 시장은 덩치에 비해 아직 구조가 취약하다. 6월 말 현재 국고채 발행액의 40.4%를 연기금과 보험이 보유하고 있다.

안전성을 중시하는 이들은 시장에서 거래해 이익을 남기기보다 대부분의 채권을 만기까지 보유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보수적인 은행도 국고채의 38.8%를 보유하고 있다. 실제 거래되는 양은 발행잔액의 20~30%에 불과하다. 국고채 거래량이 발행잔액의 몇배가 되는지를 보여주는 회전율은 연간 13배 수준이다. 미국(30배)보다는 낮지만 일본(10배)보다는 활발하다. 거래량이 제한적이다 보니 시장의 안정성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한국증권연구원 오승현 연구위원은 "외국인들의 국채 투자를 늘려야 우리 금융시장이 국제적인 시장으로 대접받을 수 있고, 일부 거대기관에 의한 쏠림 현상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국고채 발행에 따른 정부 부채 부담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지난해 적자국채(일반회계 기준) 발행규모는 3조원으로 외환위기 직후인 2000년 이후 가장 많았다. 올해도 이미 2조5000억원의 적자국채가 발행됐다.

서경호.김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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