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식 서비스로 부자 환자 모은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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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 래플스 병원 안에 있는 국제환자센터. 영어는 물론 한국어·일본어·중국어아랍어 등 여러 나라 말로 안내문이 적혀 있다. 래플스 병원은 120여 개국에서 환자가 몰려온다. [싱가포르=안혜리 기자]

최근 기자는 싱가포르 글렌이글 병원을 찾았다. 싱가포르 증시에 상장된 파크웨이 홀딩스 계열의 3개 병원 중 하나다. 이 병원 10층 VIP룸은 호텔로 치면 스위트룸이 있는 펜트하우스다. 다른 층에 있는 일반 4인실은 하루 200달러지만 이곳은 방 크기와 서비스에 따라 최고 5000달러까지 받는다. 병실 인테리어는 최고급 호텔에 비해 전혀 뒤지지 않았다. 이 병원 환자 60%가 외국인이다. 인근 인도네시아 환자가 가장 많고 말레이시아·브루나이는 물론 멀리 미국·영국에서도 환자가 몰려온다.

파크웨이헬스 계열의 세 병원은 싱가포르 의료관광 시장의 60%(연간 24만 명)를 점유하고 있다. 가격은 비싸지만 사생활 보호와 세심한 서비스를 중시하는 부자들이 주로 찾는다.

싱가포르 상장사인 래플스병원도 호텔식 서비스로 전 세계 부자 고객을 끌어 모으고 있다. 그뿐만 아니다. 단순히 치료 개념을 넘어 돈이 되는 서비스는 뭐든지 한다. 대표적인 게 이 병원 11층에 있는 일본 클리닉이다. 클리닉 문 앞 안내문이 일본어로 돼 있고 의사·간호사 모두 일본 사람이다. 13층의 중국 전통의학 클리닉 에선 침술 등 중국 전통치료 기법을 접목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

싱가포르는 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 이후 의료서비스 산업을 국가과제로 정하고 주식회사 병원을 도입해 의료 관광, 프랜차이즈 사업, 건강식품 판매, 해외환자 유치 등 사업을 할 수 있게 길을 터줬다.

태국·인도 등 한국이 모델로 삼고 있는 의료관광 선발주자들은 모두 투자개방형 의료법인이 허용돼 있다. 상당수 병원들은 증시에 상장돼 자유롭게 자본을 조달 받고 있다. 병원들은 차별화한 상품을 개발해 전 세계 병원들과 경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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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취재팀=신성식·안혜리·강기헌 기자, 박태균식품의약전문기자

◆투자개방형 병원=병원은 학교법인(세브란스병원), 사회복지법인(서울아산·삼성서울), 의료법인(미즈메디병원), 국공립병원 등으로 나뉜다. 이들은 비영리 기관이라 외부에서 투자할 수 없다. 80%가 자금 부족에 시달린다. 이들 병원에 외부 자본이 투자해 주식회사 형태로 만들면 투자개방형 병원이 된다. 이들 외에 개인병원과 동네의원이 있는데 영리 기관이지만 주식회사 병원 전환은 금지돼 있다. 개인병원이 전체의 55%를 차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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