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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 산유국 ‘넘버 2’ 노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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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12일 이라크 남부 아마라 인근 ‘할파야’ 유전 주변을 양떼들이 거닐고 있다. 이라크는 개발이 덜 된 유전들을 입찰을 통해 서구 메이저 석유기업에 넘기고 있다. 41억 배럴의 석유가 매장된 것으로 추정되는 할파야 유전의 개발권은 중국석유천연가스집단공사(CNPC) 컨소시엄에 돌아갔다. [아마라 AFP=연합뉴스]

이라크가 세계 2위의 석유 대국 자리를 넘본다. 세계 굴지의 석유업체들이 이라크 유전 개발에 뛰어들면서 원유 생산량이 크게 증가할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12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와 AFP 등 외신에 따르면 이라크 유전 개발권이 걸린 국제입찰에서 대상 유전 10곳 가운데 7곳의 개발권이 낙찰됐다. 이번 입찰에는 한국가스공사 등 세계 40여 개 석유기업이 참여했다.

석유 매장량이 120억 배럴이 넘는 ‘웨스트쿠르나-2’ 유전과 ‘마즈눈’ 유전의 개발권은 각각 러시아의 루크오일 컨소시엄과 네덜란드의 로열더치셸 컨소시엄에 돌아갔다. 프랑스 토털-중국석유천연가스집단공사(CNPC) 컨소시엄도 매장량 41억 배럴의 ‘할파야’ 유전 개발권을 획득했다.

지난달 초에 열린 1차 입찰 때 엑손모빌·브리티시페트롤리엄(BP) 등이 참여한 데 이어, 이번에는 CNPC·로열더치셸 등이 합류하면서 앞으로 이라크 원유 생산량이 비약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라크 정부는 이번 입찰을 통한 유전 개발로 하루 원유 생산량을 현재 250만 배럴에서 1200만 배럴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이는 세계 최대 석유 생산국인 사우디아라비아(1250만 배럴)에 이은 세계 2위의 생산량이다. 현재는 7~8위권 수준이다.

채굴 가능한 원유량도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FT에 따르면 이라크의 원유 매장량은 1150억 배럴로 사우디(2640억 배럴)·이란(1370억 배럴)에 이어 세계 3위 규모다. 하지만 이라크에서 매장량을 측정한 시기는 1970년대이고, 그간 석유 탐사·채굴 기술은 발전했다. 업계에선 유전 개발이 본격화되면 이란과 이라크의 순위가 바뀔 것으로 보고 있다. 에너지 컨설팅기업 우드 맥킨지의 콜린 로시안 애널리스트는 “이라크 내에는 아직도 제대로 개발되지 않은 유전이 많다”며 “잠재 매장량은 사우디아라비아에 필적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PFC에너지의 라드 알카디리 애널리스트는 “이라크의 생산량이 늘면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다른 산유국들은 그만큼 생산 쿼터를 줄여야 한다”며 “생산량 조절을 통한 산유국들의 가격 담합이 힘들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가스공사도 유전 개발권 확보=한국가스공사가 참여하는 러시아 가스프롬 컨소시엄은 이번 입찰에서 바그다드 동쪽 이란 국경 근처에 있는 ‘바드라’ 유전의 개발권을 따냈다. 가스공사는 1차 입찰 때 이탈리아 ENI 컨소시엄에 참여해 주바이르 유전 개발권을 확보하기도 했다.

지식경제부에 따르면 바드라 유전의 매장량은 8억 배럴 정도로 이라크 정부의 조사치(3.3억 배럴)보다 많다. 지분은 가스프롬이 40%로 가장 많고 가스공사(30%), 말레이시아 페트로나스(20%), 터키 TPAO(10%)순이다. 지식경제부는 2013년 이후 18년간 하루 평균 3000배럴 정도를 들여올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김선하·손해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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