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를 만나기로 한 시간은 저녁때였다. 어둠이 내려앉은 골목 저편에서 두 사람이 손을 흔들며 걸어왔다. 원활한 촬영을 위해 먼저 임신부 이윤미의 컨디션부터 살펴봤다. 얼핏 보아선 임신 5개월이란 게 믿기지 않을 만큼 날씬한 모습이었다. 활기차게 이야기를 풀어놓는 주영훈은 생각했던 모습 그대로다. 일하고 오느라 저녁 식사를 못했다는 두 사람을 위해 근처 분식집을 찾았다. 이윤미가 메뉴를 고르며 신이 났다.
“이것저것 다 먹고 싶네. 임신하고 5kg 정도 늘었어요. 의사가 지금부터 몸무게가 늘어난다며 ‘너무 불어나도 놀라지 마세요’ 그러더라고요. 제가 좀 잘 먹어서 걱정이에요(웃음).” 그녀는 말을 하면서도 테이블 가득 시킨 음식을 맛있게 먹는다. 이제야 좀 임신부 같다. 그런데 가만히 살펴보니 주영훈 역시 임신부 못지않은 속도를 내고 있었다. 아내가 임신을 하면 함께 입덧을 하는 남편도 있다더니, 이 집은 함께 식욕이 생기나 보다. “아내가 임신하니까 좋은 점은 대리 운전비를 아낄 수 있다는 거예요. 같이 술자리에 나가면 둘 다 술을 마셨거든요. 그런데 지금은 아내가 술을 못 마시잖아요(웃음). 안 좋은 점이 있다면 제가 요즘 같이 먹자고 권하는 아내 때문에 살이 쪄요.” 낙천적인 성격의 이윤미는 “걱정 마. 같이 먹고 나중에 운동하면 돼. 같이 다이어트하자”라며 부쩍 듬직해진(?) 남편을 사랑스럽게 바라본다. 부부는 요즘 산부인과에 갈 때도 함께 가고 뭐든지 함께한다.
양가는 임신 소식에 축제 분위기
“그래도 시부모님이 직접적으로 스트레스를 주지는 않으셨어요. 친정 부모님 역시 남편 나이를 생각해서 ‘촛불 좀 켜. 어젯밤에는 촛불 좀 켰냐?’ 이렇게 둘러서 말씀하시는 정도였죠(웃음). 양가 모두 말씀은 직접 안 하셨어도 많이 기다리셨던 것 같아요.” 사실 결혼 후 3년 동안 아이가 없다 보니 항간에선 부부 불화설이 돌기도 했다. 발 없는 소문은 천리까지 퍼져 미국의 주영훈 부모님이 새벽에 전화로 확인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아무리 사실이 아니래도 마음이 그리 편치는 않았을 터. “사람들이 자꾸 ‘방송에서는 쇼하는 거다, 아이가 안 생기는 것도 문제가 있어서 그렇다’ 등 여러 가지 말이 많아서 아이를 갖긴 가져야겠다고 생각하던 찰나였어요. 하늘이 주신 선물인 것 같아요.”
요즘 마흔한 살 늦둥이 예비 아빠는 그동안 지인들을 통해 곁눈질로 터득한 태교 방법을 활용해 아내를 최고로 행복한 임신부로 만들어주고 있다. 얼마 전에는 생일을 맞은 아내를 위해 직접 음식을 장만하고 집으로 신애라, 심태윤 등 친한 지인들을 초대해 생일 파티도 열어줬다. 사실 지금 주영훈은 자신이 운영 중인 엔터테인먼트사에서 공들인 신인 가수 나오미가 데뷔해 온 신경을 기울이고 있는 때다. 여느 때라면 자신이 아내의 내조를 받아야 할 시점. “내조는 무슨, 저 괜찮아요. 그리고 원래 이 정도는 늘 하던 거예요. 조금 더 늘었나? 아! 제가 아침마다 토마토도 갈아주고, 밤늦게 뭐 먹고 싶다고 하면 바로 사다줘요.” 한번은 새벽 2시에 이윤미가 언양 불고기가 먹고 싶다고 해서 녹음실에 있던 주영훈이 사러 나선 적이 있단다. 결국 구하지 못한 주영훈은 다음 날 아침 눈을 뜨자마자 정육점으로 달려가 불고기감을 사서 직접 만들어줬다고. 이윤미는 임신을 하니까 여러모로 좋다며, 바로 또 임신할까 생각 중이라고 농담을 한다.
남편이 선곡한 음악 듣고 매일 아기 위해 기도
그런데 설레발치는 남편이 영 밉지만은 않은 모양이다. 요즘 남편이 마사지를 해주는데 그렇게 시원할 수 없다며 금방 칭찬을 한다. “초기에는 위험해서 운동을 못하니까 허리도 아프고 온몸이 근질근질하더라고요. 그래서 자기 전에 늘 마사지를 해달라고 졸랐어요. 예전에는 잘 못하더니 요즘은 많이 늘었어요.” 이를 위해 주영훈은 스포츠학과 후배한테 마사지하는 법을 배웠다. 투덜거리면서도 매일 밤마다 아내의 부어오른 다리와 허리를 주물러준 결과 마사지 도사가 다 됐다. 이제 아기가 태어나면 베이비 마사지도 그의 몫이다.
남자들이 종종 분유값 벌러 간다고 말하잖아요. 이제 그 말의 뜻을 알겠어요.” “기쁘기도 하지만 부담도 되죠. 두렵기도 하고요. 주변에서 ‘아이 낳아봐라. 이제 시작이다’라고 조언해 줘요. 저는 뭐든지 다 제자리에 있는 게 좋은데 애가 어지럽히면 그냥 넘어갈 수 있을지 정말 궁금해요. 솔직히 저는 제가 좋아하는 ‘이윤미’라는 여자랑 재미있게 잘살고 있는데, 아이 때문에 방해가 될까 봐 걱정이 돼요. 그래서 뱃속의 아이에게 ‘아빠는 너를 사랑해. 하지만 엄마가 더 좋아’라고 얘기를 미리 해주죠.” 초보 엄마 아빠는 아기와 관련된 것이라면 무엇이든 관심 있게 살펴본다. 초음파 검사 중 아이가 다리를 이리저리 꼬는 모습만 봐도 웃음이 까르르 터진다. 아무래도 첫아기다 보니 더 그렇다. 괜한 걱정도 했다가 설레기도 했다가 일찍부터 생각이 많다. 얼마 전 부부는 딱 사춘기 전까지만 부모의 보살핌이 필요하고 그다음부터는 아이 스스로 커가는 거라고 나름의 교육 철학도 세웠다. 다만 아이가 가수 되겠다고 하면 그건 좀 고민이 될 것 같다고.
그는 가수의 생명력이 점점 짧아지고 있다며 안타까워했다. 두 사람은 얼마 후 결혼 3주년을 맞는다. 결혼기념일과 곧 다가올 주영훈 생일을 축하할 겸해서 하와이에 다녀올 예정이다. 마침 하와이의 한 교회로부터 초청을 받았다. 부부의 꿈은 나중에 이렇게 온 가족이 다 함께 케냐, 아이티 등 자신들이 후원하는 아이들의 나라를 방문하며 즐겁게 여생을 보내는 거다. “내년 봄 아이가 태어나면 아이 사진을 세계 각국의 아이들에게 보내주려고 해요. 제가 출근하는 쇼핑몰 사무실에 아이들 사진을 붙여놓고 매일 바라보는 것처럼 아이들도 동생을 바라볼 수 있도록 말이에요. 우리 모두 열일곱 번째 가족을 기다리고 있어요.”
취재_윤혜진 기자 사진_이진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