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 5개월 주영훈·이윤미의 부모 수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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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를 만나기로 한 시간은 저녁때였다. 어둠이 내려앉은 골목 저편에서 두 사람이 손을 흔들며 걸어왔다. 원활한 촬영을 위해 먼저 임신부 이윤미의 컨디션부터 살펴봤다. 얼핏 보아선 임신 5개월이란 게 믿기지 않을 만큼 날씬한 모습이었다. 활기차게 이야기를 풀어놓는 주영훈은 생각했던 모습 그대로다. 일하고 오느라 저녁 식사를 못했다는 두 사람을 위해 근처 분식집을 찾았다. 이윤미가 메뉴를 고르며 신이 났다.

“이것저것 다 먹고 싶네. 임신하고 5kg 정도 늘었어요. 의사가 지금부터 몸무게가 늘어난다며 ‘너무 불어나도 놀라지 마세요’ 그러더라고요. 제가 좀 잘 먹어서 걱정이에요(웃음).” 그녀는 말을 하면서도 테이블 가득 시킨 음식을 맛있게 먹는다. 이제야 좀 임신부 같다. 그런데 가만히 살펴보니 주영훈 역시 임신부 못지않은 속도를 내고 있었다. 아내가 임신을 하면 함께 입덧을 하는 남편도 있다더니, 이 집은 함께 식욕이 생기나 보다. “아내가 임신하니까 좋은 점은 대리 운전비를 아낄 수 있다는 거예요. 같이 술자리에 나가면 둘 다 술을 마셨거든요. 그런데 지금은 아내가 술을 못 마시잖아요(웃음). 안 좋은 점이 있다면 제가 요즘 같이 먹자고 권하는 아내 때문에 살이 쪄요.” 낙천적인 성격의 이윤미는 “걱정 마. 같이 먹고 나중에 운동하면 돼. 같이 다이어트하자”라며 부쩍 듬직해진(?) 남편을 사랑스럽게 바라본다. 부부는 요즘 산부인과에 갈 때도 함께 가고 뭐든지 함께한다.

양가는 임신 소식에 축제 분위기

부부에게는 봉사 단체 ‘컴패션’을 통해 후원하고 있는 16명의 아이가 있다. 그러나 내년 3월에 만나게 될 아이는 조금 더 특별한, 결혼 3년 만에 얻은 첫아기. 처음 임신 사실을 알게 된 건 지난 7월 말이었다. 이상하게 그 즈음 주변 지인들로부터 주영훈이 아내가 임신했다고 자랑하는 꿈을 꿨다며 확인해 보는 게 어떻겠냐는 전화가 많이 왔단다. 그때 정작 아빠가 될 주영훈은 전직 대통령으로부터 엔터테인먼트 회사와 자동차를 선물받는 꿈을 꿨다. 그래서 대박이 날 꿈이라고 생각한 그는 로또만 열심히 샀는데 결국은 임신이었다고. “요즘도 정말 신기해요. 무엇보다 부모님이 참 좋아하세요. 그동안 부모님께서 어떻게 하려고 나이가 마흔이 넘도록 애를 안 낳느냐며 걱정이 많으셨어요. 미국에서 지내시니까 가끔 국제전화 할 때도 ‘아이 소식은?’ 하며 그 이야기부터 물으셨죠(웃음).”

“그래도 시부모님이 직접적으로 스트레스를 주지는 않으셨어요. 친정 부모님 역시 남편 나이를 생각해서 ‘촛불 좀 켜. 어젯밤에는 촛불 좀 켰냐?’ 이렇게 둘러서 말씀하시는 정도였죠(웃음). 양가 모두 말씀은 직접 안 하셨어도 많이 기다리셨던 것 같아요.” 사실 결혼 후 3년 동안 아이가 없다 보니 항간에선 부부 불화설이 돌기도 했다. 발 없는 소문은 천리까지 퍼져 미국의 주영훈 부모님이 새벽에 전화로 확인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아무리 사실이 아니래도 마음이 그리 편치는 않았을 터. “사람들이 자꾸 ‘방송에서는 쇼하는 거다, 아이가 안 생기는 것도 문제가 있어서 그렇다’ 등 여러 가지 말이 많아서 아이를 갖긴 가져야겠다고 생각하던 찰나였어요. 하늘이 주신 선물인 것 같아요.”

요즘 마흔한 살 늦둥이 예비 아빠는 그동안 지인들을 통해 곁눈질로 터득한 태교 방법을 활용해 아내를 최고로 행복한 임신부로 만들어주고 있다. 얼마 전에는 생일을 맞은 아내를 위해 직접 음식을 장만하고 집으로 신애라, 심태윤 등 친한 지인들을 초대해 생일 파티도 열어줬다. 사실 지금 주영훈은 자신이 운영 중인 엔터테인먼트사에서 공들인 신인 가수 나오미가 데뷔해 온 신경을 기울이고 있는 때다. 여느 때라면 자신이 아내의 내조를 받아야 할 시점. “내조는 무슨, 저 괜찮아요. 그리고 원래 이 정도는 늘 하던 거예요. 조금 더 늘었나? 아! 제가 아침마다 토마토도 갈아주고, 밤늦게 뭐 먹고 싶다고 하면 바로 사다줘요.” 한번은 새벽 2시에 이윤미가 언양 불고기가 먹고 싶다고 해서 녹음실에 있던 주영훈이 사러 나선 적이 있단다. 결국 구하지 못한 주영훈은 다음 날 아침 눈을 뜨자마자 정육점으로 달려가 불고기감을 사서 직접 만들어줬다고. 이윤미는 임신을 하니까 여러모로 좋다며, 바로 또 임신할까 생각 중이라고 농담을 한다.

남편이 선곡한 음악 듣고 매일 아기 위해 기도

히트곡이 셀 수 없이 많은 작곡가 주영훈과 연예계에서 패셔니스타로 소문난 이윤미. 남다른 감각을 자랑하는 두 사람은 어떤 특별한 태교를 할까.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두 사람은 매일 아기를 위해 기도하는데, 그 기도 내용마저도 예사롭지가 않다.

“배에 손 얹고 성경책을 읽어줘요. 하루 30분씩 태교 음악과 남편이 선곡해 준 음악도 듣고요. 조기 교육에 도움이 될까 싶어서 영어 애니메이션도 봐요. 그리고 되도록 아기랑 많은 대화를 나누려고 해요. 남편은 영화를 보다가도 배에 대고 영화 대사를 말해 주곤 하죠.” “아기에게 바라는 점을 구체적으로 말해 주는 게 좋다고 해서 밤에 잠 잘 자고, 장난 많이 치지 않는 아이였으면 좋겠다고 기도해요. 특히 요즘은 쌍꺼풀을 지닌 큰 눈을 갖고 태어나라고 기도해요. 그래야 귀엽거든요. 톰 크루즈의 딸 수리가 제가 원하는 아이상이에요.” 그 말은 들은 이윤미가 “너무 완벽한 아이잖아~. 그런 말을 자꾸 하면 사람들이 얼마나 기대가 많겠어”라며 남편을 향해 눈을 살짝 흘긴다.

그런데 설레발치는 남편이 영 밉지만은 않은 모양이다. 요즘 남편이 마사지를 해주는데 그렇게 시원할 수 없다며 금방 칭찬을 한다. “초기에는 위험해서 운동을 못하니까 허리도 아프고 온몸이 근질근질하더라고요. 그래서 자기 전에 늘 마사지를 해달라고 졸랐어요. 예전에는 잘 못하더니 요즘은 많이 늘었어요.” 이를 위해 주영훈은 스포츠학과 후배한테 마사지하는 법을 배웠다. 투덜거리면서도 매일 밤마다 아내의 부어오른 다리와 허리를 주물러준 결과 마사지 도사가 다 됐다. 이제 아기가 태어나면 베이비 마사지도 그의 몫이다.

아이가 자라서 연기자는 OK, 가수는 글쎄…

결혼할 때부터 화제가 됐다시피, 부부는 띠동갑으로 나이 차가 많이 난다. 연예계에 불고 있는 ‘다산 열풍’에 스물아홉의 예비 엄마 이윤미는 얼마든지 동참할 수 있지만 예비 아빠 주영훈은 마음이 급한 눈치다. 아이를 연년생으로 낳고 싶단다. 그런 남편의 마음을 십분 이해하는 그녀는 임신과 출산, 육아를 겸하면서도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보려고 한다. 주영훈도 그런 아내를 적극 지원할 생각이다. 현재 그녀는 온·오프라인 패션 쇼핑몰 ‘코코루시’와 ‘루시앤컴퍼니’를 운영하고 있다. 주영훈은 엔터테인먼트 회사 대표, 대중음악 아카데미 원장, 작곡가 등 갖고 있는 직함도 많지만 남편 역할과 이번에 추가되는 아버지 역할에도 충실하고 싶단다. “일단 두 명 정도 낳고 일하다가 적적하면 한 명 더 낳아도 좋을 것 같아요. 기저귀 값이 만만치 않다던데….

남자들이 종종 분유값 벌러 간다고 말하잖아요. 이제 그 말의 뜻을 알겠어요.” “기쁘기도 하지만 부담도 되죠. 두렵기도 하고요. 주변에서 ‘아이 낳아봐라. 이제 시작이다’라고 조언해 줘요. 저는 뭐든지 다 제자리에 있는 게 좋은데 애가 어지럽히면 그냥 넘어갈 수 있을지 정말 궁금해요. 솔직히 저는 제가 좋아하는 ‘이윤미’라는 여자랑 재미있게 잘살고 있는데, 아이 때문에 방해가 될까 봐 걱정이 돼요. 그래서 뱃속의 아이에게 ‘아빠는 너를 사랑해. 하지만 엄마가 더 좋아’라고 얘기를 미리 해주죠.” 초보 엄마 아빠는 아기와 관련된 것이라면 무엇이든 관심 있게 살펴본다. 초음파 검사 중 아이가 다리를 이리저리 꼬는 모습만 봐도 웃음이 까르르 터진다. 아무래도 첫아기다 보니 더 그렇다. 괜한 걱정도 했다가 설레기도 했다가 일찍부터 생각이 많다. 얼마 전 부부는 딱 사춘기 전까지만 부모의 보살핌이 필요하고 그다음부터는 아이 스스로 커가는 거라고 나름의 교육 철학도 세웠다. 다만 아이가 가수 되겠다고 하면 그건 좀 고민이 될 것 같다고.

그는 가수의 생명력이 점점 짧아지고 있다며 안타까워했다. 두 사람은 얼마 후 결혼 3주년을 맞는다. 결혼기념일과 곧 다가올 주영훈 생일을 축하할 겸해서 하와이에 다녀올 예정이다. 마침 하와이의 한 교회로부터 초청을 받았다. 부부의 꿈은 나중에 이렇게 온 가족이 다 함께 케냐, 아이티 등 자신들이 후원하는 아이들의 나라를 방문하며 즐겁게 여생을 보내는 거다. “내년 봄 아이가 태어나면 아이 사진을 세계 각국의 아이들에게 보내주려고 해요. 제가 출근하는 쇼핑몰 사무실에 아이들 사진을 붙여놓고 매일 바라보는 것처럼 아이들도 동생을 바라볼 수 있도록 말이에요. 우리 모두 열일곱 번째 가족을 기다리고 있어요.”

취재_윤혜진 기자 사진_이진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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