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수지 흑자 유지 '고육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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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정부가 석유류와 전기 등 에너지 가격을 올리는 쪽으로 정책방향을 바꾼 것은 에너지 과소비형 경제체질을 개선하지 않고는 국제수지 흑자기조를 유지하기 힘들다는 판단 때문이다.

다만 가격 인상폭은 연간 소비자물가 억제목표치인 3%를 지키는 선에서 조정할 계획이다.

재경부 관계자는 "올들어 4월까지 물가상승률이 0.4%인 점을 감안하면 국제유가 상승분을 국내 유가에 반영해도 물가관리에 크게 부담을 주지 않을 것" 이라고 밝혔다.

정세균(丁世均)민주당 제2정조위원장도 "캠페인성 에너지절약 시책에는 한계가 있다" 며 "정부와 협의해 연간 물가억제치 범위안에서 에너지가격을 올려 소비를 억제하는 방안을 마련하겠다" 고 말했다.

◇ 석유수입이 국제수지 악화의 주범〓정부는 올 무역수지 흑자목표 1백20억달러 달성이 불투명해진 가장 큰 요인으로 유가상승을 꼽고 있다.

올들어 4월 말까지 무역수지 흑자는 7억7천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70억9천만달러)의 10% 수준.

같은 기간중 석유류 수입액은 당초 예상보다 22억달러 늘었다.

이는 우리나라 원유도입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중동 두바이산 원유값이 평균 26달러로 당초 정부가 예상했던 21.5달러보다 훨씬 높게 형성된데 따른 것이다.

결국 원유값이 오르지 않았다면 4월까지 무역흑자는 30억달러에 달했을 것이란 얘기다.

문제는 앞으로도 유가가 높은 수준을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산업자원부는 두바이 유가는 2분기에 평균 24달러, 3분기에는 23.5달러 등으로 약간 떨어지겠지만 4분기에는 다시 25.5달러로 높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 얼마나 오르나〓정부는 앞으로 석유류에 붙는 교통세와 특별소비세에 탄력세율을 더 이상 적용하지 않을 방침이다.

이렇게 되면 두바이 유가가 앞으로 평균 25달러선을 유지한다고 가정할 때 ▶휘발유는 ℓ당 현재 1천2백19원에서 1천2백50원선▶경유는 5백85원에서 6백원선▶등유는 4백98원에서 5백20원선으로 각각 오를 전망이다. 약 2.5%씩 오르는 셈이다.

내년 이후에는 석유류에 붙는 세금체계 자체가 바뀐다.

정부는 올 가을 정기국회에서 관련 세법을 바꿔 휘발유와 경유.액화석유가스(LPG)간의 가격차를 국제수준으로 좁힐 계획이다.

이에 따라 휘발유값에는 큰 변동이 없지만 경유와 LPG 값은 단계적으로 40~50% 오르게 될 전망이다.

한편 전기값과 버스요금 등 에너지관련 공공요금은 올 하반기중 10% 안팎씩 인상될 것으로 보인다.

김광기.홍병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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