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정부-법원, 포르노 규제 논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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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영국 정부와 법원이 포르노 비디오를 둘러싸고 첨예한 갈등을 빚고 있다.

영국 정부는 17일 포르노 비디오를 규제하는 법률을 전면 손질하기 위해 관련 법에 대한 분석 작업에 착수했다고 발표했다. 논란이 되는 건 정부의 이같은 초강경 조치가 법원의 판결에 대한 반발에서 비롯됐다는 점이다.

'미스터 법질서' 라는 별명이 있는 런던 고등법원의 후퍼 판사는 16일 영국 영상물 등급심의위원회(BBFC)가 노골적인 포르노 비디오 7개의 판매를 금지해 달라며 낸 사건에서 위원회의 신청을 "이유없다" 며 기각했다.

이에 앞서 BBFC 산하에 있는 '비디오 소위원회' 는 이 7개의 포르노 비디오에 대해 "판매해도 좋다" 고 결정했었다.

당시 소위원회 심의위원이던 유명한 소설가 페이 웰던 등이 "포르노는 간(肝)에 해롭지 않은 일종의 비아그라 같은 것" 이라며 비디오업자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그러나 이에 발끈한 BBFC가 소위원회의 주장을 뒤집으며 비디오업자들에 대해 소송을 걸었다.

이에 대해 후퍼 판사는 "실제 성행위를 보여주는 이 7개의 비디오는 허가받은 성인용품점에서는 판매해도 좋다" 며 다시 소위원회의 손을 들어줬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이번엔 정부가 나섰다.

잭 스트로 내무장관은 "법원 판결은 수입 포르노물의 홍수를 야기할 것" 이라며 "어린이들을 음란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강력한 조치를 취하겠다" 고 말했다.

비디오 소위원회.등급심의위원회.법원.정부가 서로 얽히고 설킨 채 벌어지는 포르노 논쟁의 결과가 주목된다.

조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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