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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등 역사학 흐름 바뀐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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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전국 역사학자들이 죄다 모여 한 판을 펼치는 역사학 대회가 달라지고 있다.

역사학대회는 어느 정도 시간이 흘렀거나 정치·사회적 평가가 따른 후 이를 주제로 삼아왔던 것이 통례.지금까지 다룬 주제들을 봐도‘20세기의 역사적 평가’‘통일과 역사교육’‘역사와 도시’등 권위 있으면서도 무거워 보인다.

거기다 보수적 풍토가 강한 국내 역사관련 학회들이 대거 참여하는 대회라 발빠른 변화를 기대하기도 쉽지 않다.

역사학대회가 43회째를 맞은 올해 크게 달라졌다. 일부에선 혁명적인 변화하고도 한다.

26일부터 이틀간 서울대 문화관에서 열릴 역사학대회는 공동주제부터 '역사학과 지식정보사회' 다.

옛 것만 연구하는 것으로 비치는 면모를 일신하면서 현대 사회의 최대 화두인 디지털 문화를 역사의 테두리 안에 담아내겠다고 사학계가 나섰다.

'지식정보화시대의 경제사' (허수열 충남대 교수) '기술조건 변화 앞의 역사학과 역사업' (김기협 중앙일보 문화전문위원) '정보화 시대의 고고학' (충북대 권학수 교수)등 디지털 시대를 적응해 갈 다양한 역사적 주장이 제기된다.

영화와 광주민주화운동이 역사학대회의 분과별 주요 이슈로 채택된 것도 처음 있는 일. '멀티미디어 시대의 역사 인식 : 영화와 역사' 를 주제로 시도되는 이번 토론회에서 학자들은 '영화로 읽는 프랑스 혁명' (육영수 중앙대 교수) '디즈니의 역사 인식' (주경철 서울대 교수)등의 논문을 발표하고 토론을 벌인다.

지금까지 역사학의 본령이 문자 텍스트의 해석을 통해 이뤄졌으니 영상과 이미지를 통해 역사를 읽겠다는 시도는 역사학의 흐름을 바꿔놓을 만하다.

특히 엘리트 문화의 유산으로 인식되는 문자(글)에서만 가능했던 역사 읽기가 영상을 통해 이뤄짐으로 시대상을 총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으리란 기대를 내놓는 학자도 있다. 조지형 이화여대교수는 "영화가 대중 예술이지만 영화의 역사는 일종의 사회사고 지성사다.

특히 영화 안에는 인간을 총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상징성이 담겨 있는 만큼 바람직한 변화다" 며 "이번 토론에선 생활사를 강조한 프랑스 아날역사학과 사회학적 시각 등 다각적 접근이 이뤄질 것" 이라고 말했다.

광주민주화 운동에 대한 역사학적 평가도 처음으로 시도한다.

'역사학에서 본 5.18' 이란 큰 제목 아래 5.18에 꾸준한 관심을 가져온 안병욱 가톨릭대 교수.정해구 성공회대 교수 등이 발표.토론자로 나선다.

5.18은 주로 정치.사회학적 관점에서 최근 그 토론이 활성화하고 있지만 역사학에서는 아직 적극적 평가를 보류하고 있었던 분야. 20년 만에 역사적 평가의 실마리가 된 셈이다.

이번 변화는 현실의 문제를 미래지향적으로 보자는 인식과 함께 대회 조직을 개편한 것이 큰 역할을 했다.

소속 10개 학회가 번갈아 개최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역사학회가 매년 주관하도록 하는 한편, 역사학대회를 위한 조직위원회를 신설한 것.

역사학회 총무이사인 권태억 서울대 교수는 "조직위원회는 시의성 있는 주제를 선택하는 데 주력하면서 각 학계가 요구하는 주제를 수용할 방침이므로 앞으로 역사학대회는 계속 새로운 면모를 보여 줄 수 있을 것" 이라고 말했다.

올해 역사학대회는 대구.호서사학회 등 지방 학회 4곳이 새로 참여해 모두 14개 학회의 행사로 커졌으며 세미나는 12개 분과로 나눠 발표와 토론이 진행된다.

신용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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