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티오피아-에리트레아 분쟁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2면

아프리카 에티오피아와 옆 나라인 에리트레아는 둘 다 세계 최빈국 그룹에 속해 있다. 양국의 국민소득은 1백10~1백30달러 정도다. 업친 데 덮친 격으로 이 두 나라가 전쟁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1890년부터 1941년까지 이탈리아의 지배를 받았던 에리트레아는 52년 에티오피아로 편입됐다. 그러자 에리트레아의 분리독립주의자들이 61년 무장봉기했고 그 뒤 30여년간 치열한 내전이 벌어졌다.

74년부터 17년간 계속된 에티오피아의 멩기스투의 사회주의 정권기간 중 분리주의자들은 반정부 세력과 연합, 정권타도 운동을 벌였다. 91년 멩기스투가 쫓겨나고 에티오피아의 새 정부가 들어선 뒤 93년 에리트레아는 주민투표를 통해 평화적으로 독립했다.

그러나 독립 당시 국경을 명확히 설정하지 않은 것이 화근이 됐다. 에리트레아가 98년 5월 북서국경 바드메 지역을 선제 공격하면서 전쟁이 시작돼 양국은 열전과 소강상태를 거듭해 왔다.

또 97년 에리트레아가 그동안 사용하던 에티오피아의 비르화(貨) 대신 새로운 자국 통화를 만들어내면서 갈등은 증폭됐다.

내륙국인 에티오피아는 수출물량의 70%를 선적하던 에리트레아의 아사브 항구를 더 이상 쓸 수 없게 됐고, 그래서 양국 관계는 걷잡을 수 없는 지경이 됐다.

지난해 6월 잠정휴전이 될 때까지 양국에서 수만명이 사망하고 60여만명의 난민이 생겼다.

김선하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