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공학의 윤리] 2.유전자변형 식품은 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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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유전자변형 작물이나 식품이 '독' 이라는 것은 이미 결론이 난 상태로 봐야 한다. 최근 유엔 산하 전문위원회도 유전자변형식품을 따로 표기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고 유전자변형식품의 표기에 미온적이던 캐나다까지 이를 수용키로 했다.

유전자변형(조작)은 세포융합과 함께 생명체의 유전정보를 직접적으로 개량하는 데 사용되는 최신기술이다.

같은 종(種)이나 가까운 종간의 교배를 통해 품종을 개량해온 과거와는 달리 유전자변형 농산물은 미생물이나 세균 등 전혀 다른 종의 유전자, 인류가 한번도 먹어본 경험이 없는 유전자를 넣어 만든 것이다.

현재 유전자변형 농작물은 대부분 제초제 내성(耐性) 작물이거나 해충저항성 작물이다.

전자는 특정 회사가 만들어 자기 회사의 제초제에만 내성을 갖도록 토양세균의 유전자를 식물에 넣은 것으로 제초제와 유전자변형 종자를 세트로 판매한다.

후자는 살충성분을 갖는 BT세균의 독소유전자를 작물에 넣어 식물 자신이 농약을 생산할 수 있도록 조작한 것이다.

이들 유전자변형 작물을 우리가 먹게 되는데 문제는 유전자를 식물세포에 넣는 기술이 일반인의 기대만큼 정밀하지 않다는 사실이다.

심지어는 이 식품을 연구하는 과학자까지도 식물세포 유전자의 어느 부분에 넣게 되는지를 정확히 알지 못한다. 이 과정에서 세포가 돌연변이를 일으키고 예상치 못하는 유해물질과 알레르기 유발물질이 생길 수 있다.

유전자변형 농작물은 비록 겉모습은 일반 식물과 비슷하나 내용은 전혀 다른 새로운 생명체다. 따라서 우리가 예측할 수 없는 잠재적 위험성을 가지고 있다.

인류가 먹어본 경험이 없는 유전자와 단백질이 내포된 식품인데다 인체 안전성이 장기간에 걸쳐 입증된 적이 없는 미지의 식품인 것이다. 게다가 인체를 실험대상으로 해 안전성을 검증할 수도 없다.

따라서 유전자변형 농작물의 소비자는 이 농작물 개발을 위한 연구 실험대상으로 희생될 뿐이다.

또 유전자변형 기술은 제초제 내성과 살충독소 유전자를 생태계의 유전자 집단 속에 흩뿌리는 것이기 때문에 이러한 유전자가 야생의 가까운 종에 이전돼 제초제 내성잡초나 저항성 해충이 오히려 점점 더 증가될 수 있다.

유전자변형 작물의 등장이 제초제를 뽑는 노동을 줄여주고 연구자들의 품종개량 기간을 단축시킬 수 있지만 소중한 유전자원인 다양한 야생종을 절멸시켜 생태계에 회복하기 힘든 부담을 안길 수도 있다.

또 유전자변형 작물을 생산하는 기업은 특허권을 확보한 뒤 인류의 공공 재산인 종자를 사유화.독점화해 가외의 막대한 이득까지 챙기고 있다.

권영근(한국농어촌사회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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