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매로 돈벌기] 사당동 빌라 낙찰받은 황현수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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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7면

경매에 부쳐진 주택 가운데 선 순위 세입자가 있는 집은 싸게 낙찰하더라도 '돈' 이 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세입자의 전세금을 낙찰자가 대신 물어줘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선 순위 세입자가 위장 세입자 등 자격이 없는 경우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선 순위 세입자가 있는 집은 응찰자들의 눈길을 끌지못해 여러 차례 유찰되기 일쑤다 보니 헐값에 낙찰, 높은 수익을 챙길 수 있다.

평소 경매에 관심이 많았던 황현수(45)씨의 경우 선 순위 세입자가 위장세입자라는 사실을 우연히 알게 돼 연립주택을 아주 싼 값에 낙찰해 투자비의 7배 가까운 수익을 올렸다.

황씨는 지난해 6월 경매 물건들이 소개된 경매 정보지를 보다 낯익은 이름을 발견했다.

경매에 부쳐진 서울 동작구 사당동 선경빌라 17평형의 세입자로 적혀있는 A씨였는데 과거에 경매 정보지에서 본 듯한 사람이었다.

집에 쌓아 두었던 묵은 경매 정보지들을 뒤적이던 황씨는 결국 A씨의 이름을 찾아냈다. 1998년 10월 경매에 부쳐진 한 연립주택의 주인이었다.

그런데 그 집의 세입자였던 B씨의 이름을 보고 황씨는 고개를 갸웃했다.

B씨는 바로 사당동 선경빌라의 집주인이었기 때문이다. '이 집의 주인이 저 집의 세입자이고 저 집의 주인이 이 집의 세입자' 였던 것이다.

무언가 이상하다고 느낀 황씨는 두 집의 등기부등본과 두 사람의 주민등록등본.호적등본 등을 떼보고 A씨와 B씨가 친형제라는 사실을 알아냈다.

형과 동생이 함께 일을 하면서 서로 보증을 서는 방법으로 사업자금을 대출받았고 대출에 앞서 서로의 집에 임차인으로 위장 전입신고를 해두었다는 것도 확인할 수 있었다.

사업이 잘못돼 집이 경매에 넘어갈 경우 선 순위 세입자가 있는 집이 되도록 해 결과적으로 헐값에 자신들이 낙찰, 다시 집을 찾으려 했던 것이다.

이런 상황을 파악한 황씨는 '이건 돈이다' 싶어 곧바로 응찰을 결정했다. 감정가가 5천5백만원이었으나 9회나 유찰돼 최저가가 7백38만원으로 떨어져 있었다.

선 순위 세입자 전세금이 4천만원 있었으나 '문제될 게 없다' 는 것은 이미 알고 있는 터였다.

7백50만원을 써내 낙찰했다. 한 명의 경쟁자가 있었는데 낙찰금 차이가 10만원에 불과했다.

그 경쟁자는 A, B씨의 또 다른 형제인 C씨라는 것을 개찰 후 이름을 보고 알았다.

황씨는 잔금을 치르고 법원에 A, B씨의 관계 등을 입증하는 서류를 제출해 인도명령을 신청했고 쉽게 인도명령이 떨어져 '내 집' 을 만들었다.

8백만원을 들여 감정가 기준으로 5천5백만원짜리 집을 손에 넣은 것이다.

황씨는 현재 이 집을 2천5백만원에 세를 놓아 투자비를 회수하고도 1천7백만원을 남겼고 집을 담보로 1천만원의 융자까지 받아 투자 자금으로 활용하고 있다.

김남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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