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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시작하는 최경주 옷도 클럽도 바꾼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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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요란한 환영 플래카드도, 현란한 카메라 플래시도 없었다. 최경주(39·나이키골프·사진)가 9일 새벽 인천공항을 통해 조용히 귀국했다. 올 시즌 성적이 부진했던 그는 “떠들썩하게 올 이유가 있느냐”고 말했다. 그러나 자신감 넘치는 날카로운 눈빛은 변함이 없었다. 그는 9일 인터뷰에서 “조용한 연말을 보내면서 새로운 변화를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고향인 완도에 들러 부모님께 인사한 후 별다른 공식행사 없이 11일 미국으로 돌아갈 계획이다.

수구초심이다. 최경주는 5년간 썼던 나이키 모자를 벗고 이날 슈페리어와 3년간 의류 협찬 계약을 맺었다. 슈페리어는 최경주가 어려울 때 함께했던 회사다. 국내 투어에서 뛰던 1996년 그와 연 1800만원에 계약을 했다. 당시 최경주와 슈페리어 모두 최고가 아니었지만 손을 잡은 후 양쪽 모두 비약적으로 성장했다. 최경주는 미국 투어에 진출하고 나서인 2004년까지 슈페리어의 모자를 썼다. 다른 선수들이 쓰는 모자의 로고 크기에 비해 슈페리어의 로고가 엄청 컸지만 최경주는 “내 얼굴이 커서 잘 어울린다”고 농담을 하곤 했다.

글로벌 스타가 된 그는 2005년 나이키로 옮겼다. 그러나 어려울 때 도와준 은혜를 잊지 않았다. 당시 “나중에 반드시 슈페리어로 돌아오겠다”고 김귀열 회장에게 약속했다. 최경주는 “고향에 돌아온 느낌이며 5년 전 했던 약속을 지키게 돼 뜻 깊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최경주는 서울 대치동 슈페리어 본사에 들러 계약서에 사인을 하고 옷을 맞췄다. 그는 “연습할 때와 경기할 때의 감이 조금이라도 다르면 안 되기 때문에 연습복도 정확한 사이즈로 만들어 달라”고 당부했다. 슈페리어는 최경주 이름을 딴 ‘KJ Choi 골프 앤드 스포츠’ 브랜드를 출시할 계획이다.

슈페리어 김 회장이 최경주 재단의 이사이기도 해서 수익금의 일정 부분을 재단에 기부하기로 했다. 그러나 최경주가 다시 슈페리어 모자를 쓰는 것은 아니다. 메인 스폰서는 국내 굴지의 기업과 계약을 할 예정이다. “현재 2~3개 기업과 접촉하고 있어서 조만간 결정이 날 것”이라고 최경주는 말했다.

아무래도 변화의 핵심은 용품이다. 그의 매니지먼트를 맡고 있는 IMG는 “이번에는 용품 계약은 따로 하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용품은 성적과 밀접한 관계가 있기 때문에 자유롭게 쓰고 싶은 것을 쓸 것”이라는 설명이다. 최경주는 용품에 대해 매우 민감하다.

내년 시즌 최경주는 샷 거리를 늘리는 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 그는 “무슨 클럽을 쓸지 아직 결정하지 못했고 테스트 중”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주위에선 핑의 드라이버와 아이언, 혼마 하이브리드 등에 무게를 두는 것으로 전해졌다.

최경주는 “2009년은 새로운 세계로 가기 위해 준비한 과정”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몸 상태가 좋아졌고 앞으로 최소 5년간 좋은 성적을 내고 싶다. 아시아인 첫 메이저 우승은 놓쳤지만 브리티시 오픈이나 마스터스 같은 메이저 중 메이저대회를 목표로 하겠다”고 설명이다.

그는 타이거 우즈에 대해서도 한마디 했다. “잘못한 것은 사실이지만 후폭풍이 너무 커 골프계가 흔들릴 수 있다”면서 “우즈가 빨리 돌아오길 바란다”고 말했다.

성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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