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부터 눈 침침하면 녹내장 검진 꼭 받아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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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중노년기 실명의 가장 흔한 원인중 하나가 녹내장이다.

단 해마다 정기검진을 통해 조기발견.조기관리를 하면 실명을 막을 수 있다. 하지만 국내에선 아직 이에 대한 홍보부족으로 병이 진행돼서야 오는 것이 현실이다.

40대 중반부터 평상시 피곤하면 눈이 좀 침침 하다가 또 몸이 좋을 땐 좋아 지는듯 하는 일이 반복됐지만 노인이 되서 그러려니 하다가 오른쪽 눈이 실명되서야 병원을 찾은 P씨(남.60). 왼쪽 눈의 시력은 0.1이 채 못되는 상태로 말기 만성녹내장으로 진단 받았다.

"아버지도 노년기에 실명의 아픔을 겪었지만 노화현상으로 생각했다" 는 것이 P씨의 설명.

이미 실명한 오른쪽 눈은 치료가 불가능하며 왼쪽 눈도 수술을 통해 더이상 나빠지지 않도록 하는 것이 현재로선 최선의 치료책이다.

녹내장이란 안구내의 압력이 높아져 방치할 경우 시(視)신경을 눌러 시야가 좁아지고 시력이 떨어지다 실명에 이르는 병. 최근엔 안압은 정상범위지만 녹내장성 시신경손상으로 시야 감소 및 시력감퇴가 오다가 실명에 이르는 경우도 점차 늘고 있는 실정이다.

연세대의대 안과 홍영재교수는 "정상인은 40세 이후부터, 가족 중에 녹내장 환자가 있거나 고혈압.당뇨병.비만 등이 있을 땐 35세부터 해마다 정기 신체검사때 시력측정과 더불어 시신경검사.안압측정을 받아야 한다" 고 권유한다.

안압이 올라가는 이유는 안구내에 끊임없이 생성되고 배출되는 방수(房水)가 제대로 배출되지 않기 때문.

P씨처럼 15년 이상의 기간에 걸쳐 실명에 이르는 만성 녹내장이 가장 많지만 급격히 안압이 올라가는 급성 녹내장.약물 등으로 생긴 2차성 녹내장.어린시절 생기는 선천성 녹내장 등이 있다.

급성 녹내장은 방수가 빠지는 통로가 막혀 안압이 급격히 증가하면서 생기는 병. 동양의 50~60대 여성에게 흔하며 특히 유전적 소인이 강하다.

안압이 높아지면 동공이 커지므로 어둑어둑한 저녁 때 동공이 더욱 커지면서 가장 흔히 증상이 나타난다.

가톨릭의대 안과 윤주원교수는 "환자는 갑자기 눈과 머리가 아프면서 구역질.구토가 나거나 시력이 떨어지는 것을 느낀다" 며 "시력을 잃지 않으려면 증상이 시작된지 48시간 이내에 병원에서 치료를 받아야 한다" 고 강조한다.

치료는 안압을 급격히 떨어뜨리는 안약.먹는 약.주사제 등을 투여한 후 레이저 등으로 막힌 부분을 뚫어주는 시술을 해야 한다.

급성 녹내장은 통상 한쪽 눈에 증상이 나타나지만 반대편 눈도 동일한 증상이 나타날 수 있으므로 통상 예방적으로 레이저 홍채 절제술을 시술한다.

2차성 녹내장 중 가장 유의해야 할 것은 안약남용. 눈이 자주 충혈돼 3년전부터 안약을 남용하다 말기에 병원을 찾은 A양(28)이 대표적인 예. 병원을 찾았을 땐 시야가 10도 정도 남았고 시신경은 거의 손상된 상태. 수술로 안압을 조절해 더이상의 진행은 막았지만 이미 손상된 시야 결손과 시력 회복은 불가능하다.

서서히 진행되는 만성 녹내장은 말기가 되기 전엔 증상이 안타나는 것이 특징. 정기검진이 강조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만성녹내장은 조기발견시 안압을 떨어뜨리는 약으로 병의 진행을 막다가 수십년이 지나 수술이 필요한 경우가 되면 초기엔 레이저 섬유주 성형술을 하다가 더 진행하면 눈의 결막하게 통로를 만들어주는 섬유주절제술을 받으면 된다.

이런 수술로도 치료가 안되는 난치성 녹내장인 경우엔 결막 아랫부분에 튜브를 삽입해 방수가 잘 빠지도록 한다.

황세희 전문위원.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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