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박중독 치료 길 열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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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도박중독은 충동조절장애로 분류되는 정신질환이다. 따라서 끊으려고 결심을 해도 쉽게 의지가 무너져 다시 도박판에 끼어든다.

문제는 도박증이 치료대상 질환이면서도 뚜렷한 치료법이 없다는 점이다.

그동안 방치되어왔던 것도 본인이 질병으로 생각하지 않는데다 의사들마저 확실한 치료법을 제시하지 못했기 때문.

이 도박중독증의 치료가능성을 제시한 논문이 발표될 예정이어서 관심을 끈다.

오는 14일부터 미국 시카고에서 열리는 미국정신의학회에서 미네소타대 김석원(정신과)교수와 강북삼성병원 신영철교수(〃)가 보고하는 두편의 논문이 그것이다.

종래 알콜중독증에 쓰이던 날트렉손과 항우울제인 파록세틴을 각각 40명씩 약물투여군과 가짜약 환자군을 분류해 2년여 추적했더니 상당한 치료효과를 보았다는 것이다.

신교수는 "도박증세가 있는 사람은 신경전달물질인 세로토닌이 떨어진다는 사실에 착안해 이 물질의 촉진을 유도하는 약물을 사용했다" 며 "그 결과 약물투여군이 가짜약 투여군에 비해 도박장을 찾는 회수가 줄어드는 등 통계적으로 유의할만한 결과를 얻었다" 고 말했다.

그는 또 "이러한 결과를 토대로 대단위 실험연구가 시작됐다" 며 "이를 계기로 도박증의 약물치료 가능성이 열리게 됐다" 고 덧붙였다.

도박증은 질환인 만큼 일정기간 도박을 하지 않으면 내성과 금단증상이 나타난다.

충동조절장애에서 내성이란 점차 강도높은 스릴을 요구하는 것을 말한다.

도박에 빠져들수록 판돈을 키우는 등 좀더 높은 자극을 원한다는 것. 금단증상은 불안.초조.허전함.불면 등 다양하게 나타난다.

신교수는 "이러한 충동조절장애는 사이버중독이나 쇼핑중독 등과 마찬가지로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보는 질환" 이라며 "한번 빠지면 몰두하는 성향이 있는 사람들 중에 도박을 즐기는 사람이 있다면 의사의 상담을 받아보아야 할 것" 이라고 권했다.

고종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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