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 윈도] 미국 선거도 '$싸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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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미국은 요즘 폭발하고 있다. 4월의 실업률은 3.9%. 30년 만의 최저치다. 사실상 완전고용이다. 연구.복지재단마다 기부금이 넘쳐난다.

증시가 조금 불안한 듯해도 미국인들은 걱정하는 눈치가 아니다.

2000년 회계연도의 재정흑자는 2천억달러를 넘을 것으로 보인다.

달러의 해일(海溢)은 정치판까지 휩쓸고 있다. 정치자금의 각종 기록이 경신되고 있다.

지난달 공화당이 한번의 모금행사로 2천1백30만달러를 거둬들였다. 민주당은 오는 24일의 행사에서 이 기록을 깨뜨리겠다고 호언장담이다.

미국의 선거는 미디어로 치러진다. 그래서 홍보 전략가의 능력과 TV광고.홍보행사의 물량에 당락이 크게 좌우된다.

신인일수록 상.하원의원 선거전에서 엄청난 돈을 쓸 수밖에 없다.

월 스트리트의 달러 물결이 넘쳐 들어오는 뉴저지주-.

바로 옆 뉴욕주가 줄리아니와 힐러리의 지지도가 막상막하로 뜨겁다면 뉴저지는 정치자금의 폭격전으로 달아오르고 있다.

민주당 상원의원 후보를 따내려는 존 코진은 지난 수개월 동?2천5백만달러를 뿌렸다.

모금액은 일부에 불과했고 대부분 자신의 곳간에서 나온 것이다.

코진은 투자은행인 골드먼 삭스의 전 회장이며 그의 재산은 주가폭락 직전 4억달러에 달했다. 그는 6월 6일 뉴저지 주지사를 지낸 프롤리오와 예비선거에서 붙는다.

코진에 비하면 프롤리오는 가난뱅이다. 선거본부의 풀타임 직원이 프롤리오는 8명인데 코진은 50명이나 된다. 코진은 8주 동안 매주 1백10만달러 정도를 TV광고에 쏟아부었다. 프롤리오는 단 한번도 하지 못했다.

코진 캠프에는 고어 부통령의 핵심전략가 중 하나인 밥 슈럼과 클린턴의 여론조사 전문가였던 더그 쇼언이 포진하고 있다.

슈럼은 "코진 같은 새 얼굴이 프롤리오처럼 잘 알려진 인물과 경쟁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돈" 이라고 거침없이 말한다.

TV광고가 나간 후 코진은 격차를 좁혔다.

"코진 류(類)가 민주주의의 근간을 위협한다" 는 비난도 높다. 그러나 자기 돈을 쓰겠다는데 제동을 걸 수는 없다.

법원은 불법적으로 모은 돈이 아니라면 얼마를 쓰든 관계가 없다는 입장이다.

자기를 알리는 것은 헌법이 보장하는 언론의 자유라고 해석하기 때문이다.

김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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