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사 00기는 린다 김 다 알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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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백두사업.동부전선 전자전 장비사업 등 군 장비 도입 사업을 둘러싼 로비스트 린다 김의 행각이 연일 드러나면서 이에 따른 각종 의혹이 새롭게 제기되고 있다.

검찰과 군 당국은 앞으로 수사를 통해 이들 의혹에 쏠린 국민의 의구심을 말끔히 풀어줘야할 것으로 보인다.

◇ 고위 인사들이 왜 서로 린다 김을 소개하고 도와줬나〓린다 김과 접촉했던 정.관계 고위 인사들은 린다 김과 사적으로 가까운 사이였던 것으로 보인다.

정종택(鄭宗澤)전 환경부장관은 린다 김을 1988년부터 만났으며, 96년 3월에는 이양호(李養鎬)전 국방부장관에게 "내 조카이니 만나보라" 고 수차례 권유했다.

이후 李전국방장관과 린다 김은 사적 감정을 담은 편지를 주고받을 정도의 관계가 됐다.

금진호(琴震鎬)전 의원은 96년 당시 황명수 국방위원장에게 "백두사업과 관련, 만나볼 사람이 있다" 고 린다 김을 소개했다.

그후 黃전국방위원장은 무기거래 로비스트임을 알면서도 린다 김에게 비행기표와 옷값 등 수백만원을 꿔줬다고 한다.

이에 대해 린다 김은 "말도 안된다" 고 반박하고 있다.

하지만 이 인사들은 한결같이 "군 장비 도입 사업 등 공직 활동과 린다 김은 전혀 관계 없다.

그녀로부터 금품을 받은 적이 없다" 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이 왜 적극적으로 린다 김을 도와줘야 했는지에 대한 이유가 분명치 않다.

따라서 린다 김과 고위 인사들이 언제, 어떻게, 얼마나 자주 만났으며, 사적인 관계를 유지한 이유가 무엇인지 등이 철저히 규명돼야 한다.

◇ 李전장관 어디까지 지원했나〓李전장관은 백두사업은 미군 정보장비와 연계성을 감안하면, 미국장비 외에는 대안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지난 4일 국방부가 밝힌 국방부 획득협의회 평가서에는 "성능면에선 미국제(E시스템)가 다소 우수하나 비용.계약조건.군수지원 등에서 다른 2개국 제품이 더 낫다" 고 돼 있다.

더욱이 백두사업을 총괄지휘했던 권기대(權起大.57)예비역 육군준장은 당시 李장관이 기종 결정 후 잡음이 이어지자 이례적으로 실무자인 자신을 불러 "말들이 많다" 며 사실상 경고했음을 시사했다고 밝혔다.

李전장관은 또 동부전선 전자전 장비 사업은 린다 김이 밀었던 이스라엘이 아니라 프랑스제로 결정된 만큼 로비가 영향을 미치지는 않았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李전장관은 전자전 장비 사업 과정에서 린다 김의 이스라엘 현지 로비가 문제가 되면서 발생한 투서사건 이후인 96년 9월에도 김씨에게 편지를 보냈다.

그는 편지에서 린다 김에 대한 당시 기무사의 내사보고를 전달하는 것은 물론 "누가 투서를 하는지 짐작이 가면 막아야 할 것 아니오" 라며 대책까지 요구했다.

앞으로 이들 사업에 李전장관이 어느 선까지 개입했는지가 밝혀져야 한다.

◇ 개입한 다른 인물들은 없었나〓90년대초 린다 김을 알게 됐던 한 인사는 "국방부 관계자들을 상당히 접촉한 것 같았다. 그때 내로라 했던 육사 OO기는 다 알았다" 고 회고했다.

6공 시절 실력자로 린다 김과 연루설에 휘말렸던 모 인사는 "국내에서 우연히 소개로 알게 된 뒤 미국 LA에 갔을 때 교포 간담회에 金씨가 제발로 찾아오기도 해 몇 번 봤다" 고 언급했다.

또 린다 김이 지난 2월 자진 입국해 검찰 조사를 받은 것은 현 정부로부터 '신변 보장' 을 받았기 때문이 아니냐는 소문이 무성하다.

지금까지 드러난 고위 인사들 외에 다른 전.현직 실세 인사들이 린다 김의 로비 과정에 개입했을 가능성도 없지 않은 대목이다.

김민석.채병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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