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국회 또 파행으로 마무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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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정기국회의 ‘끝’ 역시 좋지 않았다.

국토해양위원회의 4대 강 사업 예산 강행 처리와 관련해 8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한나라당 의원총회에서 안상수 원내대표가 생각에 잠겨 있다. [안성식 기자]

폐회를 하루 앞둔 8일 국회 본회의는 파행으로 끝났다. 정기국회의 사실상 마지막 본회의였다. 이 때문에 이날 처리키로 합의한 안건 101건 중 61건이 10일 소집되는 임시국회로 바통을 넘겼다. 미처리 안건 중엔 촌음을 다투는 국군부대의 소말리아 해역 파견 연장동의안도 있다.

노·사·정이 어렵사리 합의한 노동법 개정안도 다시 ‘추미애 변수’에 막혔다. 국회 환경노동위원장인 민주당 추 의원은 이날 “민주노총이 참여하는 라운드테이블(다자협의체)에서 만들어진 단일안이 아니면 법안 상정을 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노동법 시행을 불과 20여 일 앞두고 생긴 일이다.

◆민주당의 보이콧과 한나라당의 불참= 본회의가 파행된 건 오후 국토해양위에서의 의결 과정 때문이었다. 한나라당 소속인 이병석 위원장이 국토위 내년 예산안을 전격 처리하자 민주당은 본회의에 불참키로 결정하는 등 즉각 반발했다. 한나라당은 난감해했다. 긴급 의원총회를 소집했으나 단독으로 본회의를 진행하지 않는다는 입장 외엔 뾰족한 대책이 없었다. 안상수 원내대표는 비공개 의총에서 “예상하지 못한 일이 일어나 당혹스럽다”고 말했다고 한다.

◆추미애 변수=한나라당은 이날 ▶복수노조 2년6개월 유예 ▶타임오프제 도입 ▶과반 노조 대표제 등 노·사·정 합의를 골자로 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하지만 추 위원장은 “경총과 한국노총 사이의 합의는 노사 간, 노노 간의 이해관계 조율에 실패한 것”이라고 평가절하했다.

이강래 민주당 원내대표가 8일 오전 국회 본회의에 출석해 고개를 뒤로 젖히고 피곤한 표정으로 천장을 잠시 바라보고 있다. [안성식 기자]

한나라당에선 “민주노총까지 참여한 노·사·정 6자회담이 결렬됐는데 다시 다자협의를 하는 건 의미가 없다”(조원진 간사), “추 위원장이 다자협의나 공청회 등 조건을 걸어 시간을 끌면 모든 책임을 져야 할 것”(신상진 노동법 태스크포스팀장)이라고 비판했다.

추 위원장이 지난 6월 비정규직법 때처럼 법안 상정을 거부해 대안 없이 ‘복수노조 전면 도입 및 노조 전임자 임금 지급 금지’가 내년부터 시행되는 사태가 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추 위원장이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열리는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에 참석하기 위해 15일부터 엿새간 국회를 비우는 것에도 한나라당은 속을 끓이고 있다.

고정애·정효식 기자, 사진=안성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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