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penhagen 리포트] ‘2만여 손님’에 몸살 앓는 코펜하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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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기후회의가 개막한 7일 덴마크 코펜하겐 시청 광장을 찾은 시민과 관광객 등이 원 모양의 조형물에 비춰진 지구의 영상을 바라보고 있다. [코펜하겐 AP=연합뉴스]


‘코펜하겐에 오는 2만 명을 먹이고 재워라.’

제15차 유엔 기후변화협약(UNF CCC) 당사국 총회가 열리고 있는 덴마크 코펜하겐에는 8일 현재 1만 명이 넘는 외국 손님들이 한꺼번에 몰렸다. 각국 대표단과 시민단체 관계자, 취재진 등이 그들이다. 110여 개국 정상이 방문하는 다음 주에는 2만 명을 훨씬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회의장인 벨라센터에서 일하는 한 자원봉사 요원은 “인구 180만 명의 코펜하겐에 한꺼번에 2만여 명의 손님이, 그것도 일주일 이상씩 묵게 된 것은 처음 본다”고 말했다.

대규모 외국 손님들을 맞기 위해 덴마크 정부와 코펜하겐시는 올 초부터 꼼꼼히 준비를 해왔다. 먼저 코펜하겐 시내에 있는 61개 주요 호텔의 단체 숙박 등을 외부 용역업체에 일임했다. 호텔들이 개별적으로도 손님을 받지만 규모가 큰 각국 대표단 등 단체의 경우 이들 업체를 통해 숙소를 잡게 했다. 그러면서 코펜하겐 시내 대부분의 호텔에 대한 정보를 이들 용역업체에 제공함으로써 손님들이 하루는 A호텔에서 묵고 다음 날 방이 없으면 B호텔로 옮길 수 있도록 도와주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방을 못 구해 이리저리 오가는 투숙객들의 편의를 봐주기 위해서다.

시내 호텔로는 부족하기 때문에 멀리 국경 넘어 스웨덴 말뫼의 호텔 18곳과도 연계 서비스를 하고 있다. 말뫼는 코펜하겐에서 40㎞ 정도 떨어진 곳으로 이곳에 숙소를 정하는 손님들에게는 자동차 렌트도 함께 안내한다. 이 밖에 시 외곽의 아파트와 민박 등을 확보해 놓고 10명 이상의 단체 손님들에게 나눠줬다.

1만여 명이 넘는 사람이 코펜하겐으로 몰려들면서 유람선도 호텔로 변신했다. 유람선 노뢰나호는 5일부터 코펜하겐 북동쪽 항구에 정박해 숙박객을 받고 있다. [전진배 특파원]


객실은 그래도 부족했다. 시내 도심 호텔의 경우 13일 이후의 방은 이미 6개월 전에 모두 동이 났을 정도다. 그래서 코펜하겐 시가 내놓은 아이디어가 선상 호텔이다. 코펜하겐 북동쪽 외곽의 노르드톨드보드항에 1482명이 탑승할 수 있는 노뢰나호가 5일부터 손님을 받기 시작했다. 이 배는 평소 코펜하겐과 페로 제도를 운항하는 유람선이다. 2인실부터 9인실까지 단체손님을 한꺼번에 받을 수 있고 시내 호텔보다 저렴해 인기다. 이 호텔에서 묵고 있는 방글라데시의 카우저 라만 기자는 “값도 싸고 동료들과 함께 묵을 수 있어 좋다”며 “코펜하겐 회의 최고의 아이디어 상품”이라고 말했다. 호텔 직원 헬레나 크리스티안센은 “우리 배를 정박해 놓고 호텔로 이용한 건 처음”이라면서 “코펜하겐 전체로 봐도 30여 년 전 나토 군사훈련 당시에 한 번 했던 게 전부”라고 설명했다.

◆CO2 몸살 앓는 코펜하겐=온실가스 배출량을 획기적으로 줄이는 방안을 논의하는 기후회의가 열리고 있는 환경 모범도시 코펜하겐이 오히려 CO2 몸살을 앓고 있다. CO2를 대량으로 배출하는 리무진과 호화 차량, 자가용 비행기가 대거 몰려들고 있기 때문이다.

코펜하겐 공항에는 각국 대표단 등을 실어나르는 전세 비행기가 진을 치고 있다. 영국 텔레그래프는 각국 정상이 몰려드는 다음 주에는 자가용 비행기가 140여 대를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코펜하겐 공항 측은 인근 지역 공항이나 스웨덴 공항으로 개인용 비행기들을 이동시키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시내에는 전세 리무진 차량 1200여 대가 돌아다니고 있다. 회의 참석자 대부분은 빌린 고급 차량을 이용해 회의장을 오간다. 반면 회의장 셔틀버스는 텅 빈 채로 운행되고 있다. 때아닌 특수를 누리고 있는 리무진 회사들은 몰려드는 주문을 대기 위해 독일과 스웨덴에서 차량을 빌려오고 있다고 미국 폭스뉴스는 전했다. 이번 회의와 관련해서 배출되는 총 이산화탄소의 양은 4만t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스위스가 2006년 한 해 동안 방출한 것보다 더 많은 양이다.

코펜하겐=전진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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