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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선 2004] '카우보이' 부시…'모범생' 케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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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 16일 존 케리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 (사진(上))와 공화당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지지자들의 손을 잡고 있다. 두 후보는 미국 남부 뉴멕시코주 앨버커키와 중부 미네소타주 세인트 클라우드에서 열띤 유세전을 벌이고 있다. [앨버커키.세인트 클라우드 AP=연합]

미 공화당 조지 W 부시와 민주당 존 케리는 성격이 극과 극이다. 부시는 '카우보이'라는 별명대로 즉흥적이고 입에서 나오는 대로 말한다. 반면 케리는 신중하다 못해 우유부단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대선 40여일을 앞두고 두 후보는 힘을 다해 선거 유세전을 펴고 있다. 이들의 성격만큼이나 유세 방식도 차이가 뚜렷하다.

◆ 밀어붙이는 부시=부시의 유세 복장은 거의 예외없이 푸른색 와이셔츠다. 넥타이는 매지 않고 소매는 걷어붙인다. 편안하면서도 힘이 느껴지는 복장이다. 공화당 지지자들의 성향에 맞춘 것이다.

그는 유세 때마다 "나는 생각한 대로 말하고, 말한 대로 지킨다"고 강조한다. 그러면서 "내 경쟁자는 이라크전에 대해서 여덟번이나 입장이 바뀌었다"고 덧붙인다. 존 케리 후보가 왔다갔다(flip-flop)한다는 걸 비웃는 것이다. 부시 후보의 발언은 어느 곳에 가든지 비슷하다. 애국심을 자극하는 9.11 테러를 상기시키면서 "내가 지켜보는 한 더 이상 그런 일은 없다"고 일갈한다. 국내 문제에 대해선 가급적 적게 얘기하고, '테러와의 전쟁에서 승리하는 미국'을 반복적으로 강조한다.

부인인 로라 부시의 이미지가 좋다는 걸 염두에 둔 듯 "로라는 앞으로 4년간 더 백악관에서 있을 자격이 있다"는 말을 빼놓지 않는다.

부시 후보의 입에서 나오는 문장은 대부분 단문이고 선언적이다. "우리는 앞으로 4년간 일자리를 많이 창출할 것이다""세금을 깎아서 살기 좋게 해주겠다"는 등이다. 그런데 그런 주장의 논리적 근거를 제시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 논리의 케리=케리는 대부분 정장 차림이다. 어쩌다 윗도리를 벗어도 넥타이는 안 푼다. 부시가 로라를 언급하는 것과 비슷하게 케리는 부통령 후보 존 에드워즈를 앞세운다. "우린 공통점이 많다. 둘 다 이름도 존이고, 아내를 잘 얻었다. 피플지는 에드워즈를 가장 섹시한 정치인으로 뽑았다. 난 그렇게 섹시하진 않지만 아무튼 피플지는 읽으니까"라면서 한번 웃기고 넘어가는 게 정해진 순서다.

케리의 연설은 논리정연한 편이다. 지난 10일 필라델피아 연설처럼 "지난 4년간 여기서 16만명이 일자리를 잃지 않았느냐"면서 구체적 수치를 제시한다.

하지만 그러다 보니 좀 따분하게 들릴 때도 적지 않다. 부시에 대해서는 개인적 공격을 삼가다 최근 달라졌다. "조지 W 부시의 W는 Wrong(실수)이다. 잘못된 선택, 잘못된 방향, 잘못된 리더십이니 미국을 바꾸자"고 강조한다.

워싱턴=김종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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