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 연두 업무보고 마무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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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4일 해양수산부로부터 올 마지막 연두 업무보고를 들었다.

金대통령의 업무보고는 선생님이 제자를 가르치는 '훈장형' 이었다.

장관뿐 아니라 참석자들에게 일일이 질문을 던져 구두시험을 봤다. 제대로 공부하지 않은 관리들은 진땀을 흘려야 했다.

답변이 끝나면 金대통령은 총평을 하듯 부처 업무 전반에 걸쳐 지침을 줬다.

金대통령이 던진 질문은 대개 스스로 해답을 알고 던진 질문이 많았다.

대국민 홍보용의 성격도 컸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金대통령은 2월 초 1차로 서면보고를 받아 열심히 준비했다.

재정경제부 업무보고에서는 총선과정에서 야당이 문제 제기한 '국부유출' '국가채무' 문제 등을 담당국장에게 물었다.

국장들은 金대통령이 앞서 국무회의 등에서 제시한 논리를 외우다시피 답변했다.

이 때문에 관권개입 시비가 일어 선거운동기간 중 연두보고를 중단하기도 했다.

연두보고에 민간인들도 참석시켜 토론식으로 운영됐다는 점을 박준영(朴晙瑩)청와대 대변인은 평가했다.

그는 정부 정책을 국민들이 알 수 있도록 업무보고를 완전히 공개한 것도 金대통령 스타일의 중요한 특징으로 꼽았다.

지식정보화를 강조한 대통령 신년사에 맞춰 부처마다 정보화 아이디어들이 나왔다.

회의실 밖에 전시장까지 만든 부처도 있었다.

김성훈(金成勳)농림부장관은 버스를 개조해 농민들에게 컴퓨터를 교육할 이동교육장을 세워놓았다.

박지원(朴智元)문화관광부장관은 회의실 앞에 춤틀(DDR)을 놓고 젊은이들이 뛰어노는 모습을 보여줬다.

또 전자낚시오락기 등 청소년 오락시설과 金대통령 인형 등 문화상품까지 전시했다.

일부 부처는 따끔한 질책을 받았다.

이헌재(李憲宰)재정경제부장관은 국부유출론 대응 미흡으로, 문용린(文龍鱗)교육부장관은 현안이었던 과외 관련 보고를 빼먹어 혼이 났다.

김진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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