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군 일본 자위대] 下.역할 커지는 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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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요즘 일본 언론에는 저강도(低强度)분쟁이란 군사용어가 자주 등장한다. 소규모 분쟁이나 테러.게릴라 침투를 일컫는 말이다.

'애매한 전쟁' 이라 불리기도 한다. 냉전 붕괴후 두드러진 현상이다. 미국은 저강도 분쟁에 대비해 여러 특수부대를 두고 있다.

일본 방위청도 이에 대처하는 새 전략을 도입한다. 차기중기방위력정비계획(2001~5년)부터다.

그 일환으로 육상자위대 산하에 게릴라 대비 특수부대를 창설키로 했다. 현재까지 알려진 규모는 3개 중대(5백명)로 비상시 주요시설을 방어하거나 게릴라 거점을 수색.파괴하는 역할을 맡는다.

경찰이 담당해오던 주요 임무가 자위대로 넘어가는 셈이다. 육상자위대는 올해 요원들을 미국의 특수부대에 보내 훈련받게 할 계획이다. 이 부대는 장관 직속, 또는 수도권 지역의 동부방면대에 배속된다.

생물.화학무기 공격에 대비하는 부대도 생겨난다. 육상자위대에 배치되는 의학실험대와 화학교도대가 그것이다. 관련 요원은 역시 미국에서 교육받는다. 부대는 작고 방어 연구용 성격이 짙다.

그러나 옛 일본군은 태평양전쟁 당시 세균무기 개발을 목표로 731부대를 편성한 전력이 있다. 주변국으로선 꺼림칙하다.

육상자위대는 지난해말 긴급사태 때 외국 거주 일본인을 수송.경호하는 유도대를 만들기도 했다.

배속부대는 지바(千葉)현의 제1공정단. 중대 규모의 유도대는 출동 명령후 48시간 내에 임무를 수행한다. 유도대는 해상자위대의 대형 수송함 오스미호와 항공자위대의 C-130 수송기를 동원한 본격적인 훈련을 실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해상자위대는 수상한 선박을 검사하는 특별 경비대를 창설한다. 3개 소대 60명의 특수요원으로 편성되며 히로시마(廣島)현 에다지마(江田島)에 본부를 둔다. 이와 맞물려 교토(京都)부 해상기지엔 헬리콥터부대가 신설된다.

또 방위청 정보본부에는 긴급동태부가 만들어진다. 괴선박 출현때 육.해.공 자위대가 수집한 정보를 통합해 활용하기 위해서다. 방위청은 내년에 사이버테러에 대비하는 부대도 만들 방침이다. 자위대가 전방위 기능을 갖춘 보통군으로 탈바꿈하는 것이다.

육상자위대의 밑그림도 바뀐다. 2010년까지 현재의 13개 사단.2개 혼성단을 9개 사단.6개 연대로 개편하면서 전력의 중심을 북쪽에서 서쪽으로 옮길 계획이다.

러시아 극동군보다 아시아쪽을 겨냥한 기능별 개편이다. 도쿄(東京)와 오사카(大阪)의 2개 사단은 게릴라전을 대비한 정경(政經)중추사단이 되고, 오키나와(沖繩)와 시코쿠(四國)의 혼성단(2천명)은 여단(3천~4천명)으로 격상된다.

일부 사단.여단은 지역방위 외에 비상시 증원되는 전략기동부대 역할을 맡는다. 신속대응군 격이다.

전반적으로 부대 창설은 북한의 현실적 위협을, 부대의 서쪽 중시 배치계획은 중국의 잠재적 위협을 고려한 조치다. 새로이 개정된 미.일 방위협력지침(가이드라인)과도 맞물려 있다. 그러나 평화헌법의 개정이 이뤄지고 나면 주변국엔 전혀 다른 의미로 다가올 것이다.

도쿄〓오영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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