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국·개도국간 쟁점은 ‘노 머니 노 딜’… 핵심은 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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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지구의 평균 기온은 14.5도다. 이대로 방치하면 2100년까지 기온이 4~6도 상승할 것이다. 하지만 2도 이상 올라가면 인류의 미래는 위태롭다.”

2007년 유엔 정부간 기후변화위원회(IPCC)가 제4차 기후변화보고서를 통해 지적한 내용이다. 7일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시작되는 제15차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15)는 지구 평균기온의 상승폭을 2도 이내에서 막을 방안을 찾는 자리다. 지구온난화를 막기 위해 세계 각국이 온실가스를 얼마나 줄일지를 논의하는 회의인 것이다. 그래서 외신에선 ‘지구 역사상 가장 중요한 국제회의’라는 표현을 쓰고 있다.

세계 각국은 온실가스 배출을 줄여야 한다는 데는 모두 동의한다. 하지만 누가 언제 얼마를 어떻게 줄일 것이냐에 대해서는 입장 차이가 크다. 특히 유럽연합(EU)·미국 같은 선진국과 중국·인도 같은 거대 개발도상국의 합의 여부가 핵심 사안이다. 선진국들은 “세계 최대의 온실가스 배출국인 중국 등이 참여하지 않으면 감축은 무의미하다”고 주장한다. 반면 개도국들은 “지구온난화를 일으킨 역사적 책임은 선진국이 져야 하고, 선진국이 먼저 온실가스를 줄여야 우리도 줄일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번 회의에서 선진국과 개도국은 ▶2020년까지의 온실가스 감축 규모 ▶ 녹색기술 이전 여부 ▶지원금 규모 등 세 가지를 놓고 격론을 벌일 전망이다. EU와 미국·일본·러시아 등 감축 의무국들이 지금까지 내놓은 감축 목표를 평균하면 2020년까지 1990년 대비 14~18% 줄이는 수준이다. 이에 대해 중국·인도 등은 선진국들의 2020년 감축 목표가 평균 40%는 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아프리카 빈국을 중심으로 개도국들은 “신재생에너지 등 온실가스를 줄이는 기술, 온난화로 인한 기상 재해를 예방하는 기술 등을 제공해야 온실가스 감축에 동참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선진국의 기업들은 “산업적 가치가 높은 기술을 무작정 내줄 수 없다”고 대응한다. EU는 개도국을 지원하는 데 2020년까지 매년 1000억 유로(173조원)가 필요한 것으로 추정한 반면 개도국들은 2000억~3000억 유로가 필요하다고 맞서고 있다. 환경부의 김찬우 국제협력관은 “노 머니, 노 딜 (No Money, No Deal), 즉 돈 없이는 협상 타결도 없다는 말이 공공연히 나돌고 있다”고 말했다.

선진국과 개도국의 입장 차이가 워낙 커 이번 회의에서는 정치적 선언을 내놓는 데 그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구체적인 감축 목표 등은 내년 6월 독일 본이나 내년 12월 멕시코에서 열리는 회의에서 합의할 것으로 보인다.

강찬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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