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이슈 해결책 찾기 … 독자·신문·정부 ‘3각 소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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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기자들이 현장에서 취재를 하다 보면 가끔 난감함을 느끼게 됩니다. 해답은 없는데 문제 제기만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 때문입니다. 정책 담당자나 전문가가 내놓는 해법이란 것도 서류철이나 공청회에서 맴도는 경우가 많은데요. 얼마나 현실성이 있을지도 문제지만 무엇보다 정책의 수요자인 독자들이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알기 힘듭니다.

지난달 16일자부터 시작한 ‘독자에게 묻습니다’는 독자와 기자, 그리고 전문가 사이의 칸막이를 낮추기 위해 마련한 공간입니다. 특히 독자는 신문 기사를 읽기만 하는 수용자, 기자는 기사를 만드는 공급자라는 고정 틀을 깨보자는 취지에서 출발했습니다.

그래서 질문 주제도 정답이 나오기 어려운 거대 담론은 피하려 노력했고요. 생활과 밀접하게 관련된 주제들을 골랐습니다. 작지만 중요한 문제들에 관한 독자들의 의견을 모으면 ‘공허하지 않은 쌍방향 소통’이 되지 않을까 생각했던 것입니다. 거창한 저출산 대책보다 저출산 캠페인 문구를, 성폭행 방지 대책보다 가시철심 박은 가스배관 문제를 물은 것도 그런 이유에서였습니다. 현상과 문제점, 그리고 현재 논의 중인 대책을 함께 제시함으로써 그 자체가 정보가 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서울 명덕외고 정승화 독자가 e-메일로 보낸 동영상의 일부. 윗부분만 바느질한 교복 이름표를 주머니 안으로 넣은 모습이다. 그는 명찰의 사생활 침해 여부를 다룬 ‘묻습니다’를 읽고 자신의 학교가 도입한 탈·부착식 명찰을 동영상으로 찍어 보내왔다.

‘묻습니다’를 시작하면서 두려움도 적지 않았습니다. 독자 분들께서 과연 얼마나 반응을 보일지 자신이 없었기 때문인데요. 하지만 독자들의 뜨거운 호응이 이어지면서 어리석은 걱정이었음을 깨달았습니다. 20일간 13건의 ‘묻습니다’에 1000건이 넘는 e-메일·댓글이 쇄도했고요. 참여하는 독자들도 학생부터 주부, 회사원, 공무원, 경찰, 해당 분야 전문가까지 다양했습니다. 장주영 기자가 물은 ‘연말 파출소 술주정꾼 해결 방법’에는 댓글이 102개나 달렸습니다. 독자들의 아이디어를 접하면서 우리 사회가 아직 건강하구나 하고 고개를 끄덕이게 됩니다.

e-메일과 댓글을 통해 들어온 독자 의견은 정부 정책에 반영되고 있습니다. 대표적 사례가 안혜리 기자가 물은 저출산 캠페인 캐치프레이즈 문구입니다. 독자 박희양씨가 ‘엄마는 괴롭습니다’를 제안했는데, 보건복지가족부에서 이를 캠페인 문구로 정했습니다. 밀폐공간 화재 참사 대책과 성폭행범에 대한 화학적 거세, 에스컬레이터 두 줄 타기 등에 관한 독자 의견도 관련 부처에 전달했습니다.

저희에게 더욱 고무적인 것은 신문을 외면해 오던 젊은 독자들이 ‘묻습니다’에 많은 지지를 보내고 있다는 점입니다. 국민대 정치대학원에 재학 중인 박상익(25)씨는 “그동안 언론사가 독자와 소통하는 방식은 반응을 따는 데 그치는 수준이었지만, 중앙일보의 ‘묻습니다’는 최신 이슈에 대한 독자의 노하우를 모은다는 점에서 전혀 새로운 포맷”이라고 했습니다. 시사교양 PD를 꿈꾸는 이영주(23·여)씨는 “신문을 보면 독자를 가르치려 하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는데, 중앙일보는 독자의 가르침을 싣고자 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라고 말했습니다.

앞으로도 저희 기자들은 취재 현장에서 독자와 함께한다는 생각으로 문제 의식을 놓치지 않겠습니다. ‘묻습니다’에 대한 관심과 격려, 계속 부탁드립니다. 독자 여러분의 생각이 모여 우리 사회를 바꿀 수 있습니다.

권석천·이현택 기자


“독자가 정책 제안 … 신문도 쌍방향 매체 가능성 보여줘”

최근 ‘독자에게 묻습니다’ 코너를 유심히 보고 있다. 신문의 장점을 부각하고, 단점을 뛰어넘은 좋은 시도라는 생각에서다. 신문은 원래 독자에게 일방향적으로 뉴스를 전달하는 매체다. 독자가 자신의 의견을 전달할 수 있는 지면이라곤 오피니언면 정도이었다. 이는 쌍방향 매체인 인터넷과 비교해 신문의 약점으로 지적돼 왔다.

그런데 ‘묻습니다’는 이런 취약점을 참신한 발상으로 넘어섰다. 이슈에 따라 독자들의 의견을 모아 이를 정책 입안자들에게 직접 제안하고, 다시 독자들에게 결과를 알려주는 방식이다. 독자의 의견이 중앙일보의 영향력과 만나 힘을 얻은 것이다. 이 점에서 인터넷 댓글보다 사회적 영향력 면에서 한 차원 높다. 자신의 의견이나 제안에 따라 사회가 바뀔 가능성이 더 크다는 말이다.

최근 매체의 발전 방향은 대중과의 소통을 확장하는 것이다. 시민들이 매체를 통해 사회와 소통할 수 있는 출구도 그만큼 늘었다. 하지만 출구라고 다 같은 출구가 아니다. 독자들은 영향력 있는 출구를 원한다. 중앙일보가 많은 독자에게 영향력 있는 소통의 목마름을 ‘묻습니다’ 코너를 통해 풀어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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