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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노조법 합의정신, 법 개정에도 반영돼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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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노동조합 전임자 무임금과 복수노조 허용 문제에 관한 노사정 협상이 지난주 타결됐으나 시행까지에는 난관이 첩첩산중이다. 당사자 간의 이해가 얽히고설킨 합의안인 데다, 일부 야당과 민주노총이 ‘밀실야합’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협상과정에선 모처럼 양보와 타협의 정신이 발휘돼 합의안을 도출, 더 큰 혼란을 막았다는 점은 평가할 만하다고 본다.

이번 합의는 내년 7월부터 사업장 노조 전임자에 대한 임금지급을 전면 금지하며 복수노조는 2년6개월 동안 준비기간을 거쳐 2012년 7월부터 허용한다는 게 골자다. 물론 두 가지 사안 모두 내년 1월부터 전면 시행하려던 당초 정부 계획과는 거리가 있으나 13년간 유예된 글로벌 스탠더드 도입의 첫걸음을 내디뎠다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다.

특히 한국노총이 노조활동을 위축시킬 것이라는 노동계 일각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전임자 무임금을 수용한 것은 바람직했다. 경총도 완전한 무노동·무임금 주장에서 한 걸음 물러서 필수 노조활동 시간에 대해서는 급여를 지급하는 ‘타임오프제’ 도입에 동의했다. 노동부는 사업장 현실을 감안해 복수노조 허용에 필요한 준비기간을 두자는 노사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결국 급격한 제도 시행에 따른 현장의 우려를 해소하면서 법 정신을 최대한 반영한 선택이었다.

하지만 이런 제도 시행에 필요한 조건들을 좀 더 구체화하는 데 노사정은 역점을 두어야 한다. 가령 타임오프제의 경우 ‘노조 필수활동’ 시간이 확대되면 도입의 취지가 희석될 수밖에 없다. 복수노조 문제도 마찬가지다. 무엇보다 작금의 투쟁적 노사관계를 상생과 공영의 관계로 바꿔 나가는 데 노사정이 유념해야 한다. 세계 최악의 우리 노사문화가 선진국 수준으로 개선된다면 기업들이 구태여 복수노조에 반대할 이유는 없어질 것 아닌가.

이제 공은 정치권으로 넘어갔다. 여야는 당사자 간 합의로 제시된 실행안을 법 개정 작업에 최대한 반영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노사정이 어떤 합의도 이루지 못한 상태에서 내년 1월부터 두 제도가 강행될 경우에 빚어질 더 큰 혼란과 비용 부담을 감안한다면, 야당과 민주노총이 이번 타협안을 수용하는 대승적 결단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