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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리케인 테러'미국 동남부 강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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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시속 215km의 강풍과 폭우를 동반한 허리케인 '아이반'이 미국 남부 멕시코만에 상륙하면서 최소 12명이 사망하는 등 큰 피해가 발생했다. 아이반이 카리브해를 훑고 올라오면서 이미 70명 이상이 숨졌고 재산피해 규모도 엄청났다.

플로리다주를 비롯한 미 동남부 지역은 지난달 '찰리'와 이달 초 '프랜시스'에 강타당한 데 이어 또다시 아이반을 맞아 피해는 이중 삼중으로 커질 것으로 우려된다.

지난달 이후 이 지역에는 각각 4개의 허리케인과 열대성 폭풍이 몰아닥쳤다.

아이반의 예상 통로인 루이지애나.플로리다.미시시피.앨라배마 등 4개 주에서 이미 저지대와 해안 주민 200만명에게 대피명령이 내려졌다. 아이반은 특히 '재즈의 도시' 뉴올리언스(루이지애나주)를 긴장시키고 있다. 해수면보다 약 3m 낮은 이 도시가 물바다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뉴올리언스 인근에서만 120만명이 보다 안전한 곳을 찾아 집을 떠났다. 이 지역 재해대책본부는 만일의 경우에 대비해 시신용 백 1만개를 준비해 놓았다고 공개하기도 했다.

젭 부시 플로리다 주지사도 긴급사태 선포 지역을 주 전체로 확대했다. CNN과 폭스 뉴스 등 뉴스전문 채널들은 하루 종일 재해방송 체제로 들어갔다.

앨라배마주 모빌에서는 가옥이 침수되고 아름드리 가로수들이 뽑혀나가면서 교통이 두절되고 전기가 끊기는 사고가 이어졌다.

밥 라일리 앨라배마 주지사는 "이런 대형 태풍은 생전 처음"이라고 말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모빌 주민들은 25년 전 5명의 사망자를 낸 프레드릭보다 더 강력한 태풍이라고 말하고 있다.

앨라배마주 몽고메리시에 자리잡고 현재 시험가동 중인 현대자동차 공장도 일단 16~17일(현지시간) 이틀간 공장 문을 닫기로 했다.

카리브해에는 아이반이 휩쓸고 지나간 데 이어 바로 열대성 폭풍우 '진'이 미국 자치령 푸에르토리코를 강타했다. 인근의 도미니카공화국, 미국령 버진아일랜드 등에도 허리케인 경보가 발령 중이다.

한편 아이반이 미국의 정유시설이 밀집된 멕시코만에 진입하면서 유가 불안감도 높이고 있다.

아이반에 대비한 조업 단축과 중단으로 이날 멕시코만 일대 석유생산량은 평일에 비해 78%나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뉴욕=심상복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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