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관광때 여권 도난 조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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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지난 20일 친구들과 함께 유럽 여행을 떠났던 주부 金모(31)씨는 프랑스 파리에서 큰 봉변을 당했다.

몽마르트르 언덕을 관광하고 내려오던 길에 횡단보도 앞에서 오토바이를 탄 2인조 날치기범들이 핸드백을 낚아챘고 핸드백 줄이 어깨에 걸려 쓰러진 채 1백여m를 끌려간 것.

다행히 찰과상을 입었을 뿐 큰 부상은 없었지만 여권과 신용카드, 현금 50여만원을 날치기당하고 말았다.

외환위기로 한 때 크게 줄었던 한국인들의 해외여행이 최근 다시 늘면서 유럽을 찾는 관광객들의 날치기.소매치기 피해가 빈발하고 있다.

게다가 일본.한국 등 아시아계 관광객들은 고액의 현금을 소지하는 경우가 많아 유럽 소매치기들의 단골 목표다. 최근들어 달라진 것은 현금보다 여권이 범죄의 주요 표적이 되고 있다는 점이다.

프랑스의 경우 올 들어 15일까지 한국 대사관에 신고된 여권 분실이 1백1건에 이른다. 하루 한건꼴로 여권을 도난당하고 있는 셈이다.

여권을 노린 범죄가 느는 것은 최근 중국인과 중국동포들의 유럽 밀입국이 크게 증가하면서 위조여권을 만들기 위한 진짜 여권 수요가 덩달아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중국의 암시장에선 한국인들의 여권이 평균 6백만원 정도에 거래되는 것으로 알려진다. 이는 서양인들의 여권에 비해 30~40% 비싼 가격이다.

유럽인들이 동양인들의 얼굴을 잘 구별하지 못하는 점을 악용, 사진을 바꾸지 않고도 이용할 수 있는 데다 한자식 이름도 비슷해 위조가 간편하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 비자가 있는 여권은 1천만원 이상을 호가한다는 것이다.

동양인들의 여권이 인기를 끌다보니 과거 공항이나 관광 명소에 집중되던 도난 피해가 요즘은 기차.지하철역.극장.식당 등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발생하고 있다.

하지만 프랑스 경찰의 범죄 검거율은 17% 정도로 극히 낮다. 한번 도난당한 여권을 다시 찾기란 거의 불가능한 상황이다.

주 프랑스 대사관의 주복룡 영사는 "본격적인 관광철을 맞아 피해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고 말했다.

파리〓이훈범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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