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도 대입 수능 혼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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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교육부가 2002학년도 대입 수능시험에 총점과 이에 따른 석차백분율을 폐지하려는 것은 대학입시에서 '한줄 세우기식' 풍토를 개선하고 고교 교육을 정상화하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검정고시생 등처럼 '학교생활기록부가 없는 수험생' 을 미처 고려하지 못해 문제가 발생한 것이다.

대학들은 그동안 학생부가 없는 수험생에 대해서는 수능성적 석차백분율에 따라 자체적으로 내신성적을 매겨왔고, 수험생도 이를 기준으로 자신의 내신성적을 가늠해 대학이나 학과에 지원했다.

그런데 이같은 석차백분율이 폐지되면서 이들의 내신성적을 환산할 잣대가 사라진 것.

2002학년도 대입에서는 수능이 사실상 '자격고사' 화하면서 내신성적이 합격을 좌우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학생부가 없는 수험생은 대책이 마련될 때까지 당분간 대입준비에 혼선이 불가피한 실정이다.

◇ 누가 혼선을 빚나〓학생부가 없는 수험생은 ▶검정고시생▶공고생으로 2년은 학교에서, 1년은 산업체에서 교육을 받는 '2+1체제' 소속 학생▶외국 고교 졸업자▶인문계 고교생으로 직업교육과정 위탁생▶1997년 이전 고교 졸업자 등이다.

해마다 전체 입시에서 차지하는 검정고시생의 비중이 1.5% 정도로 1만2천~1만4천명이며, 공고생 가운데 '2+1체제' 에 소속된 학생은 5천9백여명이다.

여기에 인문계 고교 직업교육과정생(연 1만6천여명)과 외국 고교 졸업자, 97년 이전 고교 졸업자까지 포함하면 줄잡아 3만여명 이상 될 것으로 추산된다.

특히 검정고시생 중에는 내신성적이 불리하다는 이유로 고교를 자퇴한 학생들의 수가 해마다 늘고 있는 추세다.

◇ 왜 혼선을 빚나〓전국 1백91개 대학 대부분이 학생부가 없는 수험생에게 수능성적에 비례해 내신성적을 부여한다.

이는 수능성적이 학생부가 있는 재학생과 이들을 직접 비교할 수 있는 객관적 자료였기 때문이다.

2000학년도 대입을 예로 들면 서울대는 총점 기준 석차백분율이 0.5%인 검정고시 출신 수험생에게 내신성적 1백92점 만점에 1백91.7점을 줬다.

고려대는 수능 상위 백분율이 4%에 든 수험생은 내신성적을 산출할 때 만점인 4백점을 줬고, 4% 밖의 수험생은 별도기준(3백59점+41×(100 - 석차백분위)÷96)에 따라 학생부 성적을 매겼다.

따라서 총점 기준 석차백분율이 주어지지 않는 2002학년도 입시부터는 이같은 산정방법을 활용할 길이 없어진다. 또 전국 등수를 알 수 없는 검정고시생 등은 어떤 대학의 내신성적 산출 방법이 유리한지 알 수가 없다.

2002학년도부터 도입되는 등급제를 활용하려 해도 등급간 격차가 9단계로 범위가 넓어 전형자료화하기에 어렵다는 지적이다.

◇ 대안은 없나〓교육부는 학생부 성적 반영 여부는 대학의 자율사항이라는 입장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영역별로 석차백분율이 주어지므로 이를 활용할 수 있다" 고 밝혔다.

이에 대해 대학측은 "재학생은 고교 3년간 배운 전체 과목이나 지정 과목(성적이 좋은 과목)을 토대로 내신성적이 산출되는 반면 검정고시생은 단 한차례 보는 수능에서 특정영역의 성적이 안 좋으면 크게 불리해진다" 고 지적한다.

게다가 수능시험이 쉽게 출제되는 추세여서 특정영역의 만점자가 속출할 경우 내신성적을 산출하기란 더욱 어렵다. 2000학년도 수능에서 한 영역에서라도 만점을 받은 수험생은 5만7백41명이었다. 한 대학 관계자는 "교육부로부터 2002학년도 입시에서 검정고시생 등의 내신성적 처리와 관련해 아무런 얘기도 듣지 못했다" 며 "앞으로 함께 연구해야 할 사항" 이라고 말했다.

강홍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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