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백~분당도로 차질 아리송한 해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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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건설교통부와 한국토지공사는 경기도 용인 동백지구~죽전지구~분당을 거쳐 서울로 연결하는 고속화도로를 낼 곳이 없다는 본지 보도(4월 19일자 1, 5면)와 관련, 해명자료를 내놨다.

그러나 처음에는 노선을 확정한 적이 없고 변경한 적도 없다고 했다가 하루만에 노선변경을 자인하는 2차 해명자료를 내놓는 등 앞뒤가 맞지 않았다.

◇ 상반하는 해명〓1차 해명(19일) 땐 "국토연구원이 제안한 3개 노선(안)을 대상으로 설계 중이다. 어떤 도로 노선도 토지공사는 공식적으로 확정 발표한 적이 없다. 노선을 중간에 변경한 사실도 없다. 4월 8일 건교부 발표 노선도 축일 뿐이지 구체적인 통과지역은 아니다" 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20일엔 "1999년 5월 17일 노선A(당초 노선)에 대한 개발허가 제한을 용인시에 협조요청했다. 현재는 노선B(우회노선)를 최적 노선으로 선정해 조만간 교통영향평가 심의를 받을 예정" 이라고 말을 바꿨다.

하루만에 발표한 적도 없다던 노선이 살아난 것이다.

김윤기(金允起)건교부장관은 20일 "중앙일보 기사의 전체적인 사실이 크게 틀린 것은 없다. 그러나 '서울 가는 길 못 만든다' 든지 '토공이 도상작업만으로 노선을 그었다는 지적은 심했다. 당초 계획에 차질이 생긴 것은 사실이나 도로는 건설된다. 또 토공은 현장답사를 충분히 했다" 고 말했다. 金장관은 이 사업 추진 당시 토지공사 사장으로 재직했었다.

그는 "이 문제에 대한 책임의 대부분은 용인시에 있다. 당초 노선을 그을 때 용인시와 충분히 협의했다. 국토연구원도 같이 협의했다. 노선을 뻔히 알고 있는 용인시가 그후 노선 주변지역에 각종 개발허가를 막 내줬다. 충분히 협의했던 토공으로선 억울한 면이 있다" 고 주장했다.

김용채 토지공사 사장은 "국토연구원의 용역결과를 바탕으로 현지조사를 통해 개략적인 노선 3개를 설정한 것이지 노선은 아직 결정한 바 없다" 고 해명했다.

李사장은 "내부적으로 검토 중인 노선안에 대한 정보를 건설업체들이 무책임하게 홍보한 것일 뿐" 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건교부는 지난 8일 발표한 '수도권 남부 교통시설 확충계획' 에서 동백~죽전~분당을 잇는 10㎞구간의 도로 신설계획은 물론 구간 노선도 소개했다. 이 노선은 토지공사가 검토하고 있다는 노선과 거의 같은 것이다.

또 당국은 동백지구 지정 때인 97년과 죽전지구 지정 때인 98년 보도자료를 통해 동백지구에서 서울까지 연결하는 도로를 개설하겠다고 발표했었다.

토지공사는 개발행위.허가가 한창 진행된 지역에 노선을 정하고서도 현지답사를 충분히 했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 책임 전가〓토공은 노선A를 믿고 아파트를 분양받은 주민의 피해를 "우리 책임이 아니다" 고 반박한다. 만약 토공이 노선A를 용인시에 제출하지 않았다면 건설업체들이 분양광고에 그 노선을 그려 넣었을까.

토공은 분명히 단초를 제공했다. 이와 함께 건설업체가 내부검토 안을 무책임하게 홍보에 이용했다는 주장이다. 사실이라면 토공은 '사전 정보유출' 이라는 의심을 받게 된다. 내부적으로 은밀하게 진행돼 온 노선결정이 어떻게 건설업체에 전달됐는지 자세한 설명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 노선도면 출처〓토공이 정확도에 의문을 제기하는 노선 도면은 본지 취재진이 토공에서 직접 입수했다. 토공 관계자가 도면을 복사해 줬으며 노선도는 토공 관계자가 토공 사무실에 걸려 있는 도면을 그대로 그려준 것이다.

음성직 수석전문위원, 정재헌.이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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