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폭력·파행 국회 이번엔 확실히 막자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38면

한나라당이 ‘국회 선진화 관련 법안’들을 국회에 제출했다. 법안은 크게 두 줄기로 하나는 국회 폭력을 엄히 처벌하고 질서를 유지하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회의운영과 법안처리에 관한 규정을 강화해 ‘국회 파업’과 투표방해 등을 막아보자는 것이다. 국회는 국민을 대표하는 신성한 헌법기관이다. 이런 곳에까지 일일이 법의 손길이 들어가게 됐다는 현실이 부끄럽다. 그러나 지난 세월 눈이 아프도록 보았듯이 이성(理性)의 호소로는 악습이 고쳐지지 않으니 법률적 보완은 불가피하게 됐다. 그리고 국회 개혁은 오랜 숙제이기도 하다. 국회는 제도적 정비를 신속히 마무리해서 내년을 ‘선진 국회’의 원년으로 만들어야 할 것이다.

법안들에 따르면 국회 건물 안에서 폭행이나 협박을 했을 경우 1~5년 징역 또는 1000만~5000만원 벌금에 처한다. 특히 국회의원이나 자치단체장·지방의회의원이 500만원 이상 벌금형을 받으면 자격을 상실하는 것은 물론 5년간 피선거권이 박탈된다. 최근 1심 법원은 지난해 말 국회 회의장 출입문을 해머로 부순 민주당 문학진 의원과 의원 명패를 부순 민노당 이정희 의원에게 각각 벌금 200만원과 50만원을 선고해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논란을 불렀다. 일반 형사 범죄의 경우 의원은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아야지 벌금형으로는 직을 잃지 않는다. 그러므로 의원직 상실의 조건을 ‘벌금 500만원 이상’으로 낮춘 것은 국회 폭력을 어느 범죄보다 엄히 처벌하는 것이다. 법안대로라면 의장석을 점거하기 위해 욕설을 퍼붓거나 동료의원을 때리는 ‘폭력배 의원’들은 모두 기소돼 의원직을 잃을 수 있게 된다.

‘국회질서유지법’ 제정안은 투표방해를 막으려는 것이다. 특별한 사유를 제외하고 본회의 참석·표결을 의무화했으며 표결이 종료될 때까지 자리를 옮기거나 의장석 또는 상임위원회 위원장석을 점거하지 못하도록 했다. 또 국회의장이 필요하다고 판단할 때는 경찰이 국회 본청에 진입할 수 있도록 했다. 법이 제정되면 본청에 난입하는 당직자·보좌관·시민을 경찰력으로 막을 수 있다.

국회법 개정안은 사실상 연중 상시 국회를 의무화했다. 국정감사도 9월 정기국회가 아니라 임시회 기간 중 횟수에 제한 없이 연간 25일 한도 내에서 할 수 있도록 했다. ‘벼락치기 국감’의 폐해를 없애기 위한 것이다. 특정 정당이 상임위원 배정이라는 절차를 피함으로써 원(院)구성을 지연하는 경우 의장이 대신 배정한다. 원 구성이 안 되면 의원들의 세비도 지급되지 않는다. ‘무노동 무임금’을 적용하는 것이다. 또 국회에 제출된 법안은 20일 안에 상임위에 자동 상정되도록 했다. 지난번 미디어 관련 법안이 상임위에 상정되지도 못한 사태 같은 걸 막기 위한 것이다. 그러나 이런 절차에 관한 몇몇 규정은 처벌 조항이 없으면 무력해지는 경우가 많다. 지금도 국회는 국회법을 상습적으로 어긴다. 국회는 공청회 등을 통해 ‘야만·비능률 국회’를 선진 국회로 만드는 보다 정교한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