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입사 소아마비장애인 홍수정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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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평소 꿈이었던 스튜어디스는 못됐지만 훌륭한 직업인이 되고 싶어요. "

어릴 때부터 멋진 스카프를 두른 스튜어디스를 동경해 왔던 소아마비 장애인 홍수정(洪秀廷.29.여.서울 광진구 노유동)씨는 요즘 설레며 잠을 깬다.

오전 10시부터 서울 강서구 공항동에서 시작되는 대한항공의 예약시스템 교육을 받기 위해 대문을 나설 때마다 '이제는 나도 사회에 한몫 하는구나' 하는 마음이 들기 때문이다.

洪씨는 지난 3월 대한항공이 처음으로 항공권 예약접수를 위한 장애인 재택근무자 모집에서 다른 장애인 19명과 함께 선발됐다. 세계 유수의 항공사는 이미 장애인들을 예약분야에 고용했'해 왔'으나 대한항공이 뒤늦게 장애인에게 눈을 돌린 것.

洪씨 집에는 펜티엄 컴퓨터와 고속 데이터통신망이 설치돼 대한항공의 전산센터 주컴퓨터와 연결, 전화 예약업무가 가능하다.

하루 6시간씩 주 4일 동안 집에서 근무하게 되는 洪씨는 최근 새로 생긴 컴퓨터 때문에 인터넷 재미에도 푹 빠져 있다.

洪씨는 네살 때 심한 소아마비에 걸려 하반신이 완전히 마비되는 1급 장애인이 됐다. 휠체어 없이는 생활이 어려워 정규 학교교육은 받지 못했다. 대신 정신력 하나로 독학을 거듭, 대입 검정고시까지 합격했다.

1년이 지나야 정규 직원이 되는 洪씨는 재택근무 뿐 아니라 대입 공부도 틈틈이 해 내년에는 방송통신대에 진학할 계획이다.

맑은 표정 때문에'2주전에는 대한항공의 이미지 광고모델로 뽑혀 신문광고에 등장하기도 했고 대한항공 제주도 연수원 견학차 처음으로 비행기도 타봤다.

洪씨는 21일을 학수고대하고 있다. 첫 월급날이기 때문이다. 이 돈으로 아버지 회갑(23일)때 조그마한 선물을 마련, 전달할 계획이다.

洪씨는 "지하철 계단 옆 리프트를 타면 이상하게 쳐다보는 시선이 제일 거북하다" 면서 "일 만큼은 일반인과 똑같이 경쟁해 사회의 떳떳한 구성원이 되고 싶다" 고 말했다.

글〓김태진 기자, 사진〓김경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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