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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 블레어와 회담…체첸 달래기 주목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1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당선자가 16일 밤(현지시간) 런던에 도착했다. 지난해 12월 31일 대통령 직무대행에 임명된 이래 첫 서방 방문이다.

푸틴은 24시간의 짧은 영국 체류 기간 중 토니 블레어 총리,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재계 인사와 만나는 등 러시아 정상으로서 외교무대에 데뷔하게 된다.

푸틴이 과연 체첸 사태에 대한 서방의 비판을 무마하고 새로운 대(對)서방 관계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을지가 최대 관심사다. 영국의 이슬람교도 및 인권단체들은 러시아군이 체첸에서 광범위한 인권유린 행위를 자행했다며 강력한 항의시위를 계획하고 있다. 블레어 총리도 푸틴에게 체첸 사태에 관해 '명확하고 솔직한' 입장을 밝히겠다고 다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양국 정상의 관계는 매우 호의적이다. 두 사람은 푸틴이 대통령에 당선되기 직전인 지난달 중순 러시아의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비공식적으로 만나 상호협력 의사를 확인했다. 푸틴은 40대 동년배인 블레어를 서방, 특히 미국과의 '중개역' 으로 택한 것으로 보인다.

일부 영국의 정치분석가들은 "블레어 총리도 1980년대에 고르바초프와 협력, 냉전 종식에 일조한 대처 전 총리 역할을 해보려는 것 같다" 고 평했다.

따라서 양측은 러시아와 영국 및 유럽연합(EU)간의 관계 개선, 코소보 사태, 군축과 대 러시아 투자 문제 등에 관해서도 심도있는 논의를 할 것으로 전망된다.

또 두 지도자는 마약.테러 등 국제범죄와 관련, 양국 정보기관간의 협력을 위한 협정에도 서명할 예정이다. 이 협정이 체결될 경우 영화 007 시리즈의 산실인 영국 해외정보국(MI6)은 적대관계였던 러시아 국가안보위원회(KGB)의 후신 연방보안국(FSB)과 일부 비밀문서까지 공유하게 된다.

김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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