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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간 증파 선포한 날 철군 일정 제시한 오바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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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1일(현지시간) 웨스트포인트 육군사관학교에서 새 아프가니스탄 전략에 대한 대국민 연설을 하고 있다. 오바마는 “3만 명의 미군을 추가 파병하고 2011년 7월부터 단계적으로 철수시키겠다”고 말했다. [웨스트포인트 AFP=연합뉴스]

[오바마 웨스트포인트 연설 키워드]

3만 명

“아프가니스탄에 3만 명을 추가 파병하는 것은 미국에 중요한 사안이다. 오늘밤 언급한 3만 명은 가능한 이른 시일인 2010년 초반에 파병될 것이다.”

2011년부터

“18개월 후 미군은 집으로 돌아오기 시작할 것이다. 책임감 있는 철군을 위해 아프가니스탄의 안보 능력을 키워줘야 하며, 이 기간 중 미국이 주도권을 잡을 필요가 있다.”

아프간에 의한…

“2010년에 파견될 미군은 아프가니스탄이 안보 능력을 기를 수 있도록 도울 것이다. 더 많은 아프간군이 전투에 투입될 것이다. 전투에 대한 책임을 아프간에 넘길 것이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1일(현지시간) 뉴욕주 웨스트포인트(미 육군사관학교)에서 아프가니스탄 전쟁 시간표를 제시했다.

2010년 6월까지 미군 3만 명의 신속한 추가 파병, 2011년 7월 철군 시작이 그 핵심 내용이다. 이는 갈수록 악화되는 아프간 전황과 조기 종전을 바라는 미국 내 여론을 동시에 고려한 절충적인 성격이 짙다. 특히 이례적으로 출구전략(미군 철군 시점)을 명백하게 확정 짓고 사전에 공개했다는 점에서 그렇다. 그래서 오바마가 선택한 새 전략은 탈레반 조직과 알카에다의 신속한 척결을 위해 단기간에 강력한 화력을 쏟아붓는 속전속결 형태가 될 공산이 크다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철군계획 사전공개 논란=적잖은 추가 파병에도 불구하고 오바마의 새 전략이 아프간에서 먹힐 것인가 여부는 여전히 논란거리다. 군사 전문가 사이에서도 “외국 군대의 증강은 충돌만 크게 만들 뿐”이라는 의견과 “추가 병력으로 일단 치안을 확보해 주면 아프간 정부가 제 몫을 할 것”이라는 견해가 엇갈린다. 그뿐 아니라 오바마가 철군 시점을 공개, 더 큰 논란을 부르고 있다.

이를 두고 오바마는 “미국이 한없이 아프간 전쟁에 매달릴 수는 없으며, 아프간 국민이 스스로의 안전을 책임져야 한다”며 “철군 시간표가 없으면 (아프간 정부가) 긴박감을 느끼지 못할 것”이라고 해명했다. 오바마는 막대한 전비(戰費) 부담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러나 군사적 관점에서 사전에 철군 시간표를 정하는 데 대한 비판이 많다. 공화당의 존 매케인 상원의원은 “철군 일정을 공표하는 것은 탈레반에 미군이 떠날 때까지 숨어 있으라는 메시지를 보내는 꼴”이라고 말했다. 군사전문가 조지 패커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미군이 너무 오래 주둔하면 점령군이란 소리를 듣겠지만, 반대로 미군이 출구만 좇게 되면 의지할 수 없는 파트너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베트남전과 다르다”=오바마는 연설 모두에 아프간 전쟁이 알카에다의 9·11 테러 공격에 의해 촉발됐다는 사실을 상기시켰다. 이어 새 아프간 전략에 대한 갑론을박을 의식한 듯 미 의회가 9·11 직후 100%에 가까운 의견 일치로 아프간전 개시를 승인했던 과정도 소개했다. 오바마는 특히 “아프간전이 제2의 베트남전이 될 거라는 주장은 역사를 잘못 읽은 것”이라며 “베트남전과 달리 아프간전에는 43개 연합국이 동참하고 있다”고 말했다.

◆심각하게 연설한 오바마=오바마는 웨스트포인트 강당에서 시종 굳은 표정으로 연설했다. 연설 후 연단을 내려 와 생도들과 악수하며 한 차례 웃은 게 전부였다. 오바마가 “여기 있는 생도 중에도 아프간에 많이 배치될 것이다. 이번 결정이 결코 가볍지 않았다”고 말할 때는 비장함까지 흘렀다. 이런 분위기로 웨스트포인트가 연설장으로 선택됐다고 미 언론들이 전했다.

◆아프간 등 국제 사회 환영=아프간 외무부 대변인은 AFP통신에 “미국의 새로운 아프간 정책을 환영한다”고 말했다. 4만 명의 추가병력 지원을 요청했던 스탠리 매크리스털 아프간 주둔 미군 사령관은 “앞으로 아프간 치안상황을 개선하고 가능한 한 빨리 아프간 보안군에 치안 책임을 이양하는 일에 매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김정욱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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