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개표소 이모저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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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전국 대부분의 4.13 총선 개표소에서는 부재자 투표함을 시작으로 순조롭게 개표가 진행됐다.

방송사의 출구조사 결과 당선자가 엇갈리게 나온 지역이나 경합으로 분류된 지역의 개표소 외에는 일반 방청객이 거의 없어 기존의 총선 개표소와 구별됐다.

○…서울 마포갑 박명환(한나라)후보와 김윤태(민주)후보, 마포을 박주천(한나라)후보와 황수관(민주)후보는 방송사의 2개 출구조사 결과 각각 1% 안팎의 오차범위 내에서 당선 예상이 엇갈려 나오자 자신들의 우세를 주장하면서도 숨죽인 채 개표를 참관했다.

마포구 개표소인 서울 염리동 서울여고 체육관에는 오후 7시30분쯤 마포을 부재자 투표함을 시작으로 뚜껑이 열리자 출구조사 결과를 반영하듯 50여표 차이를 보이며 한동안 엎치락뒤치락을 거듭했다.

○…30대 운동권 출신의 이인영(민주)후보와 전직 의원 출신으로 60대인 김기배(한나라)후보가 맡붙은 구로갑 선거구 개표소에는 출구조사 결과가 '경합' 으로 나오자 개표 시작부터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李후보측은 출구조사 결과가 약간 앞선 것으로 나타나자 고무되면서도 긴장을 늦추지 않았지만 金후보측은 "열어봐야 한다" 며 반전을 기대했다.

○…서울지역에서 총선연대의 집중 낙선지역 두곳 중 하나인 강동을 선거구는 양 방송사 출구조사 결과 심재권(민주)후보가 김중위(한나라)후보에게 크게 앞설 것으로 예상하자 희비가 엇갈렸다.

沈후보는 기자회견을 갖고 "시민단체의 힘이 앞으로 정치의 질을 높이는데 크게 기여할 것" 이라고 고무된 표정을 지었다.

반면 金후보측 한 관계자는 "원칙도 합리성도 없는 시민단체들의 불법적인 행동 때문에 다 이긴 선거를 망쳤다" 고 분노했다.

○…전남지역 최대 격전지인 보성 - 화순군은 MBC와 갤럽이 공동조사한 출구조사 결과가 13일 오후 6시 발표된 직후 박주선(무소속)후보와 한영애(민주)후보의 선거사무실은 희비가 교차했다.

당선이 유력시된 朴후보측 사무실에는 1백여명의 축하 인파가 몰렸고 朴후보는 "최선을 다한 만큼 낙승을 기대했다" 며 축하객들과 악수를 나누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반면 韓후보측 사무실은 조사결과가 믿어지지 않는 듯 충격에 휩싸인 채 당직자들이 삼삼오오 모여 TV의 개표방송에 시선을 집중했다. 한 관계자는 "과거에도 출구조사 결과가 잘못 나와 당선자가 뒤바뀐 경우도 있었으니 개표를 끝까지 지켜봐야 할 것" 이라고 말했다.

○…출구조사 결과 부산에서 한나라당이 17석을 모두 차지할 것이라는 방송보도가 나가자 민국당은 초상집 분위기였다. 부산에서만 4석 정도를 기대하던 민국당은 신상우.박찬종.이기택.김광일 후보 등 거물들이 줄줄이 낙선할 것으로 보도되자 "당이 공중분해될 수도 있다" 며 초조함을 감추지 못했다.

민주당측 역시 북구-강서을의 노무현후보마저 한나라당 허태열 후보에게 뒤질 것으로 보도되자 "부산발전을 위해서는 여당 후보가 한명이라도 당선돼야 하는데…" 라며 아쉬워하는 분위기였다.

○…총선연대의 낙선 대상자에 올랐던 이사철(한나라)후보와 배기선(민주)후보가 맞붙어 수도권 최대 접전이 예상된 부천 원미을 선거구에선 오후 6시 방송사의 출구조사 결과가 발표되자 두 후보의 희비가 엇갈렸다.

박빙의 우세가 예상된 裵후보측 사무실에선 "파이팅, 이겼다" 는 함성이 터져나왔고 이어 7시30분쯤 裵후보가 사무실에 도착하자 일제히 '만세' 를 외쳐댔다.

반면 李후보측은 "끝까지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 며 애써 태연한 모습을 연출했다.

○…경기도 고양선거구의 각 개표장에서는 개표가 시작되자마자 무효표가 적지 않게 나왔다. 그 중 대다수는 투표장에 비치됐던 기표 도장 대신 자신의 손도장이나 개인 도장으로 기표한 것들이었다.

그러나 일부러 모든 후보에 또는 모호한 위치에 기표해 무효처리시킨 '의도적' 무효표도 상당수여서 국민들의 정치 불신을 엿볼 수 있게 했다.

○…광주시내 5개 개표장에는 지금까지의 선거 개표 때와는 달리 일반 관람인 10여명만이 자리를 지켜 다소 맥빠진 분위기였다.

무소속 후보의 강세로, 격전지로 꼽힌 광주 남구의 개표소인 방림초등학교 체육관에는 개표 시작 전 50여명의 후보 지지자들이 몰려들었다. 그러나 TV 출구조사가 발표되자 대부분 빠져나갔다.

선관위 관계자는 "출구조사와 인터넷 생중계의 위력 때문인지 개표장에서 끝까지 지켜보는 일반인이 많이 줄었다" 고 말했다.

○…전북도내의 대부분 개표장은 이날 오후 6시30분쯤부터 개표가 시작됐으나 15대 총선과는 달리 참관인들의 수가 대폭 줄어 한산한 모습이었다. 방송사들의 출구조사 결과 민주당 후보들이 압도적으로 우세한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전주 덕진 선거구의 경우 인후초등학교에서 오후 6시40분쯤부터 부재자 투표를 시작으로 개표가 시작됐는데 참관인들이 10명도 안됐다. 전주 완산을, 정읍, 고창-부안선거구 개표장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민주당 조찬형 후보와 무소속 이강래 후보간 박빙의 승부가 예상된 남원-순창의 경우 선관위가 인정하는 개표 참관인들이 모두 참여, 한표 한표를 꼼꼼히 지켜보는 등 긴장감이 감돌았다.

○…섬지역 투표소만 1백45개인 전남지역에선 선관위들이 신속한 개표를 위해 행정선과 민간 선박 32척을 동원해 투표함 회송작전을 폈다.

신안.진도.여수 등 도내 8개 시.군에 있는 도서지역 투표소의 투표함은 이날 오후 6시30분부터 속속 개표장소로 도착했다. 그러나 군(郡) 전체가 섬인 신안군의 경우 8개 항로에서 투표함 이송작전을 펼쳤지만 이날 오후 9시30분쯤에야 신안군청 회의실에서 개표 작업을 시작할 수 있었다.

○…전남 해남-진도에선 TV출구조사에서 1위로 집계된 민주당 김봉호 후보측이 일단 안도의 숨을 내쉬는 표정. 경합을 벌인 무소속 이정일 후보측은 "출구조사 결과는 4% 차이에 불과하다" 며 애써 불안감을 감추는 모습이었다.

총선기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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