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천운동서 정상회담까지 요동친 쟁점흐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오늘 기표소에서 붓두껍을 잡을 유권자들은 어떤 기준으로 후보를 선택할까. 유권자들은 짧게는 16일의 공식선거운동 기간, 길게는 지난 1월 이후 나타난 다양한 정치적 쟁점들을 머리에 떠올릴 것이다. 각 정당은 선거운동 마감날까지 표심(票心)을 잡기 위한 '이슈 파이팅' (상대방 쟁점을 누르고 자신의 쟁점을 부각)에 총력을 기울였다.

◇ 낙천운동에서 정상회담 발표까지〓과거에 볼 수 없었던 쟁점들이 터져나왔다. 총선연대가 공천반대자 명단 공개를 강행(1월 24일)하면서 후보 검증에 대한 관심이 폭발했다.

인물 검증론의 위세는 1천여명 후보들의 재산.병역.납세기록이 공개된 지난달 28, 29일 절정에 달했다.

야당의 반격으로 인물 검증론이 수그러들 만하면 총선연대의 '집중 낙선대상 후보 발표' (4월 3일), 선관위 전과기록 공개(4월 6, 7일)가 검증론에 힘을 보탰다. 민주당은 인물 검증론의 확산에 짭짤한 재미를 봤던 것으로 자체평가하고 있다.

반면, 한나라당은 전통적으로 야당의 강력한 무기였던 정권평가를 가장 큰 쟁점으로 내세웠다. 이회창 총재는 'DJ정권 중간평가' 라는 표현을 썼다가 인물 검증론이 확산하자 'DJ정권 심판론' 으로 수위를 높였다. 전과 공개 다음날인 8일엔 'DJ 장기집권 저지투쟁 선언' 으로 나아갔다. 여기엔 마찬가지 전통적 쟁점인 금권.관권선거 메뉴가 첨가됐다.

자민련의 김종필 명예총재와 이한동 총재는 보수대통합론.신안정론(자민련이 제1, 2당을 조정하겠다).중부정권 창출론을 역설했다. 민국당은 반(反)DJ-비(非)이회창, 총선 후 정계개편론을 강조했다.

후보 검증과 DJ정권 심판을 두축으로 전개되던 선거판의 쟁점싸움은 10일 남북 정상회담 발표라는 초대형 이슈로 뒷전에 밀렸다. "선거용" 이라는 야당의 반발이 거센 가운데 민주당은 정상회담 효과로 "제1당도 가능" 하다고 기대하고 있다.

◇ 쟁점관리 전략〓한나라당은 이한구(李漢久)선대위 정책위원장이 주도한 나라빚.국부유출 논쟁에서 국지적 성과를 거뒀으나, 핵심 주제인 정권심판론을 다양한 빛깔로 바꿔내지 못하는 바람에 전략적 쟁점관리에서 여당에 뒤처졌다는 내부평가도 있다.

여권은 가장 피하고 싶었던 'DJ대 반DJ 구도' 가 부각하지 않았고, 정당대결이 인물대결로 희석됐다는 점 등을 들어 이슈 파이팅에서 선전했다는 자평이다.

그러나 표면에 드러난 쟁점흐름과 달리 이번에도 역시 지역정서에 기반한 투표행태가 이어질 것이라는 게 대부분 선거관계자들의 지적이다. 유권자 의식의 밑바닥이 바뀌지 않는다면 여러 차원의 다양한 쟁점들은 별 의미가 없을 수도 있다는 얘기다.

전영기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