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 꽃망울"…국민들 기대 부풀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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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남북정상회담 소식을 들은 대다수의 국민은 놀라움과 함께 환영과 기대감을 나타냈다.

국민들은 회담을 계기로 50년 넘게 지속돼온 남북 고착상태가 깨지면서 한반도에 평화가 깃들여 남북통일로 나아가는 밑거름이 되길 기원했다.

국민들은 10일 "회담 성사는 정부의 꾸준한 관계개선 노력이 결실을 본 것" 이라고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총선을 불과 사흘 앞두고 전격 발표된 점에 고개를 갸우뚱했다.

적지 않은 시민은 "정상회담의 대가로 우리의 경제 상황을 무시한 과도한 경협 자금이 들어가선 안된다" 며 "남북이 공생하는 경제 협력이 이뤄져야 한다" 는 반응을 보였다.

서울대 백충현(白忠鉉.법학)교수는 "한반도 평화통일의 초석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고 전제한 뒤 "앞으로 비정부간 접촉을 지양하고 정부기관 사이의 직접 교섭을 통해 투명한 통일 논의가 이뤄져야 할 것" 이라고 주문했다.

대학생 朴준식(21.고려대3)씨는 "한반도 주변 열강을 배제하고 남북 정상끼리 머리를 맞댄다는 점은 상당한 정치적 성과였다" 며 "특히 벼랑끝 외교정책만을 고집했던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이끌어낸 것은 햇볕정책의 덕분" 이라고 평가했다.

SK텔레콤 조신(趙晨)상무는 "회담을 계기로 우리 기업들의 대북 진출이 부쩍 늘어날 것" 이라고 기대하면서도 "투자보장 등 제도적 장치가 뒤따르지 않은 섣부른 투자는 국민경제에 짐이 될 수 있다" 고 경계했다.

회사원 金모(38)씨는 "1994년 김영삼(金泳三)정부 시절 합의됐던 남북회담이 김일성(金日成)주석의 돌연사로 무산됐던 것처럼 오는 6월 12일부터 사흘간 회담이 여러 정치적.군사적 변수에 의해 계획대로 이뤄지지 않을 수도 있다" 며 "남북 문제는 보다 신중하게 접근해야 할 것" 이라고 말했다.

시민.사회단체들의 반응도 '크게 환영할 만한 일이나 발표 시점 등은 의심받기에 충분하다' 는 쪽으로 모아졌다.

경실련.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등은 성명을 내고 "정상회담 성사는 7천만 겨레에게 새로운 평화와 희망의 메시지를 전해주는 역사적 사건으로 앞으로 평화협정 체결과 이산가족의 조속한 상봉, 장기수와 전쟁포로 송환 등에 큰 진전이 있기를 기대한다" 고 밝혔다.

광복회 등 독립운동 유관 6개 단체는 공동성명을 통해 "국민으로서 기쁜 마음 억누를 길이 없고 오직 회담의 성과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하다" 며 적극 환영했다.

총선연대는 '정부는 선거와 통일을 혼동하지 말라' 는 제목의 공식논평을 통해 "통일은 통일이고 선거는 선거다. 이 둘을 혼동하면 양쪽 모두 실패한다는 사실을 명심하라" 고 논평했다.

총선연대는 이어 "과거 독재정권이 통일문제를 국내 정치에 악용했던 방식을 답습, 초당적인 국민적 합의가 필요한 중대 사안을 선거 직전 부랴부랴 발표한데 대해 안타까움을 금할 길 없다" 고 지적했다.

정치개혁시민연대도 논평을 통해 "남북 정상이 만나 무엇을 논의할지도 합의되지 않은 채 발표를 서두른 것은 남북문제를 선거에 이용하려 한다는 의혹을 사기에 충분하다" 고 주장했다.

박신홍.이무영.우상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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