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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욱’ 하는 성격 다스리는 비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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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욱’하는 성격을 가진 직장인 김주민(여ㆍ31)씨는 부장한테 잔소리를 들을 때 자주 화를 낸다. 문제가 해결되기는 커녕 상황을 더 악화시키기만 한다. ‘화 참는 법’을 인터넷에서 찾았더니 명상을 하거나 취미생활을 하면 괜찮아진단다. 상사에게 깨지고 있는데 두 눈 감고 명상을 하란 말인가. 사소한 일에도 발끈하는 이진혁(38)씨. ‘분노 삭히는 법’을 친구에게 물었더니 긍정적인 사고를 하란다. 장기적으로 볼 때야 도움이 되겠지만 당장 머리에서 ‘김’이 나는데 ‘그럴수도 있으니 긍정적으로 받아들이자’라고 어떻게 생각하겠나.

화를 내면 두통, 어지럼, 두근거림 등의 증상이 오면서 고혈압, 당뇨, 심장병 등의 성인병에 걸리기 쉽다는 것이 지금까지의 연구 결과다. 상담이나 약물, 침 등을 통해 분노 조절을 치료할 수 있겠지만 번거롭고 돈이 든다. 명상, 취미생활, 운동, 친한 친구나 동료에게 속마음 이야기하기 등의 방법은 멀게만 느껴진다. 많은 이들은 화가 날 때 당장 대처할 수 있는 방법을 원한다. 전세일 포천중문의과대 강남차병원 스트레스 클리닉 원장과 김종우 경희대동서신의학병원 화병ㆍ스트레스클리닉 교수 두 전문가에게 대처법을 들어봤다.

◇10초 센 뒤 뒷감당 생각하라=화는 우리에게 없어선 안될 중요한 감정이다. 적당한 화는 몸의 긴장도를 높여 건강한 삶을 영위할 수 있게 한다. 다만 지나치면 병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어떻게 다스리느냐를 알아야 한다. ‘욱’하는 시기를 반사기라고 한다. 화가 치밀어 오를때는 천성적 경험을 바탕에 둔 자율신경이 반사적으로 반응하기 때문에 당장 이를 제지할 방법은 없다. 다만 숫자 열을 세면 반사반응을 억제하는 시간을 끌면서 신경을 안정시킬 수 있다. 다음은 급성기다. 이성과 감성이 교차하는 시기로 화를 억누르거나 표출하거나 둘 중 하나로 진입하는 단계다.

이때 나 자신에게 ‘뒷감당할 계획이나 자신이 있으면 화를 내라’고 주문한다. 화를 낸 뒤 지금 상황을 수습할 수 있다면 주저하지 말고 당당히 화를 내라. 단 후회는 없어야 한다. ‘화 내고 속 편한 사람’은 극히 드물기 때문이다. 뒷감당할 자신이 없어 화를 삭힐 땐 잠시 화를 주머니에 넣어두고 자리를 옮겨 ‘으악~’소리를 지른다. 흥분된 상태에서 쌓인 것을 밖으로 배출하면 진정 상태로 돌아온다. 영화에 나오는 것처럼 무작정 뛴 다음 자리에 털썩 주저앉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다. 이 역시 교감과 부교감신경이 함께 작용해 심신이 안정된다. (전세일 원장)

◇화 날땐 대화 금지=갈등이 생기면 대화를 시도해야 한다. 하지만 ‘울화통이 터질’ 땐 대화를 중지해야 한다. 한 템포 쉬어가는 것으로 “생각을 정리할 시간이 필요하니 다음에 다시 이야기하자”고 논쟁을 연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자기보다 윗사람과 다툼이 생겼다면 “시간을 좀 달라”고 양해를 구한다. 그렇지 않으면 서로 간에 ‘막말’이 오가서 돌아올 수 없는 루비콘강을 건너게 된다. 마음을 가라앉힌 뒤 ‘진짜 화가 난 이유’ ‘앞으로 어떻게 바뀌면 좋을까’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할 수 없는 일이 무엇일까’의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진다. 그런 다음 ‘I AM WORTH IT’이라는 구조로 현재 상황을 냉정하게 평가하자.

‘I(Important):그것이 나에게 정말 중요한가’를 생각한 뒤 ‘아니오’라고 생각되면 여기서 중단하면 된다. 중요하지도 않은 일에 에너지를 낭비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예’라면 다음단계인 ‘A(Appropriate):내 기분과 생각이 현재 상황에서 적절한가?’를 따진다. 다시 ‘예’라면 ‘M(Modfiable):이 상황을 긍정적인 방향으로 바꿀 수 있을까?’를 생각하고 여기에서도 ‘예’라면 ‘W(Worth it?):그런 행동을 취하는 것이 가치있는 것일까?’를 자신에게 묻는다. 마지막으로 ‘예’가 나오면 화를 내고 뒷수습을 하거나 문제 해결을 위해 적극적인 행동에 나서야 한다. 물론 질문 도중에 ‘아니오’가 나오면 거기서 중단해도 늦지 않다. 단계를 거치며 냉정함을 되찾을 수 있다. (김종우 교수)

◇명상으로 화 다스려=두 전문가는 위와 같은 방법으로 화를 조절한 뒤 명상을 하면 어느정도 심신을 안정시킬 수 있다고 말한다. 명상은 제자리에서 분노 조절을 할 수 있는 가장 간단한 방법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김 교수가 조언한 명상호흡법을 소개한다. 먼저 가부좌 자세를 취하고 방석을 엉덩이 끝부분에 받쳐서 앉으면 준비 자세가 완료된다. 허리는 곧게 세우고 턱은 바닥과 평행을 유지한다. 눈은 1m 아래를 본다. 코로 복식호흡을 시작한다.

복식호흡이 잘 안된다면 숨을 내쉬면서 배를 약간 접어 넣는다는 생각을 갖고 실시한다. 배를 손으로 가볍게 눌러주며 숨을 쉴 때마다 숫자를 센다. 이렇게 10번을 하고 나서 다시 처음부터 같은 명상을 시작한다. 잡생각이 명상을 방해하면 ‘잡념이 있구나’하고 흘려보낸 뒤 다시 호흡을 센다. 일반적으로 한 호흡에 10초 이상 소요된다. 대략 50번 정도의 숫자 셈 작업을 하면 10분이 걸린다. 명상을 마친 뒤 정리된 마음으로 일상에 복귀하자.

이지은 기자

[화병 체크리스트]

다음은 화병 증상 문항이다. 30점 이상이면 화병으로 볼 수 있다.
전혀 그렇지 않다(0점),그렇지 않은 편이다(1점) 중간 정도 그렇다(2점) 상당히 그렇다(3점) 완전히 그렇다(4점).

1.내 삶은 불행한 편이다.
2.한스러워지는 때가 있다.
3.인생이 서글프다고 느낀다.
4.서러움을 느낀다.
5.억울함을 느낀다.
6.신경이 아주 약해져서 마음을 가눌 수 없다.
7.손발이 떨리고 안절부절 못한다.
8.내 자신에게 실망할 때가 많다.
9.얼굴에 열이 자주 달아오른다.
10.가슴속에 열이 차 있는 것을 자주 느낀다.
11.무언가가 아래(다리, 배)에서 위(가슴)로 치미는 것을 자주 느낀다.
12.화나면 손이 저리거나 떨린다.
13.소화가 안되고 체하는 편이다.
14.몹시 피곤하다.
15.세상이 불공평하다고 느낀다.

자료:화병연구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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