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일만나] 청년 취업 프로젝트 의뢰인 엄현이씨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14면

대 조리과학과 졸업을 앞둔 엄현이씨는 ‘식품·유통 달인’의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해 왔다. 그는 제과·제빵기능사, 유통관리사, 와인 소믈리에 자격증도 땄다. [김상선 기자]

엄현이(24·여)씨는 ‘식품·유통’ 한 우물만 팠다. 조리과학을 전공했고 제과·제빵기능사, 유통관리사 자격증도 가지고 있다. 와인 동호회 활동을 하면서 소믈리에 자격증도 땄다. “아는 사람보다 좋아하는 사람, 좋아하는 사람보다 즐기는 사람이 낫다고 하죠. 식품·유통 일을 즐겼습니다. 누구보다 잘할 자신 있어요.” 입사 지원도 소신껏 했다. 신세계·롯데마트·SPC·오뚜기 등 식품·유통업체만 지원했다. 30여 군데 중 8곳에서 서류 전형을 통과해 면접 준비 중이다. 그는 “하루 걸러 면접이라 시간이 빠듯하다”며 “취업 스터디를 하면서 마지막 담금질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기환 기자, 사진=김상선 기자

엄현이씨는

학력 경희대 조리과학과 졸업 예정(경영학 복수전공·2010년 2월)

학점 3.89(4.5점 만점)

외국어 토익 835(2008년 10월), 토익 스피킹 7급(2009년 8월)

자격증 유통관리사 2급(대한상공회의소), 제과·제빵기능사(한국산업인력공단), 와인소믈리에 컨설턴트 (한국와인소믈리에협회), 무역영어 2급(대한상공회의소)

경력 미국 페퍼밀 호텔 인턴(2006년 5~12월), 노동부 드림챌린저 프로그램 이수(2008년 12월~2009년 1월)

해외연수 미국 네바다대 어학연수(2007년 1~7월)

봉사활동 해외입양연대(GOAL) 입양 도우미(2007년 10월~2008년 11월), 경희의료원 병원학교 자원봉사(2009년 3~7월)

수상경력 노동부 드림챌린저 우수상(한국산업인력공단·2009년 2월)

희망직무 대기업·중소기업 식품·유통부문 MD(상품기획자)

[STEP 1 서류 집중 분석]

풍부한 이력은 가산점, 경쟁력 제대로 못 담아낸 자기소개서는 감점

이력서 재료를 잘 갖췄다. 조리과학과 출신이라 희망직무인 식품·유통업체 MD와 전공적합도가 높다. 서비스 업체(호텔) 인턴 경험도 있다. 끊임없이 소비자를 상대해야 하는 식품·유통업체에서 선호하는 경력이다. 자격증 준비도 충실하다. 제과·제빵기능사, 와인소믈리에 컨설턴트 자격증을 갖췄다. 이렇게 재료가 많으면 차곡차곡 준비한 티가 난다.

자문단은 오랫동안 한 우물을 판 엄씨의 이력에 높은 점수를 줬다. 인크루트 서미영 상무는 “유통, 그 가운데도 ‘식품유통’이라는 명확한 목표를 갖고 일관된 지식·경험을 쌓아 왔다는 점을 높이 평가한다”고 말했다.

자기소개서 좋은 재료를 잘 버무려 내놓지 못했다는 평가다. 엄씨는 스스로를 상품으로 비유해 표현했다. 자신의 장점을 상품의 특징으로 녹인 것이다. ‘엄현이 상품의 정직한 품질’ 항목이 좋은 예다.

“<극한 상황을 이겨내는 마라톤 완주, 집념의 달인> 전북 평화마라톤 8㎞ 완주는 100m 20초 달리기 꼴등에게 성공의 짜릿함을 알게 해 준 경험입니다. 마라톤이 취미이신 아버지 제안으로 도전했지만 땡볕 아래 마라톤은 쉽지 않은 도전이었습니다. 뒤처질 때마다 그만두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이끌고 응원해 주는 가족 덕분에 꼴등이란 별명을 떨칠 만한 기록을 남겼습니다. 늘 경쟁을 이겨내야 하며, 고객의 불만을 감수해야 하는 영업인은 분명 스트레스가 많습니다. 하지만 마라톤을 완주한 집념으로 일하겠습니다. 지치지 않는 체력으로 ‘에너자이저’가 되겠습니다.”

엄현이씨가 서미영 인크루트 인사총괄 상무(오른쪽)에게 모의 면접을 받고 있다. [김상선 기자]

이에 대해 서미영 상무는 “유통업계 특성을 살려 스스로를 상품으로 소개하려는 시도는 좋았지만, 비유가 억지스럽다”고 지적했다. 8㎞ 마라톤을 완주했다는 에피소드가 ‘정직한 품질’ 소제목 아래 있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것이다. 스스로를 상품에 비유하고 싶다면 장점을 품질(자격 요건을 갖췄는지)과 가격(경력 같은 신입이라 교육 비용이 적게 드는지) 등 측면으로 나눠 간결하게 정리하면 된다.

어려움·실패에 대한 언급도 필요하다. 채점관은 이를 흠으로 보지 않는다. 엄씨는 어리고 순한 인상을 가졌다. 이럴 경우 어려움을 극복한 과정에 대해 자세하게 풀어내면 좋다. 약한 이미지를 무너뜨리는 데 도움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김준성 연세대 직업평론가는 “미국 호텔에서 인턴을 하면서 겪었던 어려움도 가감 없이 드러내라”며 “어떻게 극복했는지 제대로 보여준다면 ‘문제를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지원자’란 인상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포부가 명확하지 않다”는 지적도 있었다. 엄씨는 “PB(유통업체 브랜드) 히트상품 10개를 개발하는 사원이 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서미영 상무는 “식품유통업계에서 일한다고 해서 반드시 PB 개발을 하는 것은 아니다”며 “왜 PB 상품 개발자가 되겠다는 건지 계기를 찾아볼 수 없다”고 말했다. 연결고리가 약하다는 것이다.

서류전형 평가 절반의 성공이다. 이력은 좋은데, 자기소개서가 부족하다. 최근 기업에서 자기소개서를 중요하게 본다는 점을 잊지 말라. 서미영 상무는 “요리에 대한 흥미가 식품·유통 MD(상품기획자) 직무와 어떻게 연결되는지, 흥미를 가진 만큼 경쟁력 있는 사람인지 제대로 드러내지 못했다”고 말했다. ‘상품’이라는 다소 독특한 소개 형식을 썼음에도 불구하고 “생동감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있었다. 에피소드 형식의 설명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김준성 평론가는 “직접 음식을 만들어 본 경험이 많았을 것”이라며 “그 과정에서 겪었던 어려움과 요리를 만들어 맛있게 대접해 본 경험 등을 추가하면 좋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STEP 2 면접 집중 분석]
왜 이 길 택했는지 설명이 부족하다

Q 자기소개를 해 보라.

A 최상의 지원자 엄현이를 소개하겠다. 이 상품의 첫 번째 장점은 친화력이다. 두 번의 회장 경험을 갖고 있다. 농림수산식품부 블로그 기자로도 활동했다. 고객과 함께할 수 있는 역량을 갖췄다. 둘째,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무한도전’ 정신이 있다. 늘 새로운 도전을 해야 하는 MD로서 필요한 자질이다. 이 상품의 마지막 장점은 체력이다. 대학생 때 국토 대장정도 다녀왔다. 현장 업무를 버텨낼 수 있는 체력을 갖고 있다. 이 상품이 어떤가.

▶ 사람을 상품에 빗대 소개했다. 면접관이 부담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다. ‘식품·유통업계 MD로서 일하고 싶다. 내가 비교 우위를 갖고 있는 것은 이런 부분이다’는 내용을 중심으로 소개하는 것은 어떨까.

Q 소비자가 어떤 기준으로 상품을 선택한다고 생각하는지.

A 소비자는 ‘니즈(needs)’와 ‘원츠(wants)’를 기준으로 상품을 선택한다. 니즈는 ‘필요’고, 원츠는 ‘욕구’다.

▶ 다소 의외의 답변이다. 상식적인 답변이 나을 뻔했다. 가격·품질·디자인은 기본적인 상품 선택 기준이다. 기본 상식을 언급해야 한다.

Q 식품을 만들 때 고려해야 할 세 가지를 꼽는다면.

A 첫째는 신선함, 둘째는 청결함, 셋째는 (품질대비) 저렴함이라고 생각한다.

▶ 정확한 답변이다. 포인트를 잘 짚어줬다.

Q PB(유통업체 브랜드) 상품 전문가가 되고 싶다고 밝혔다. 어떤 PB를 만들고 싶나.

A ‘착한’ PB를 만들고 싶다. 품질·가격 모두 착한 상품을 개발할 것이다. 그래서 “경쟁사 제품 보다 가격 대비 품질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싶다.

▶ 채점관을 100% 설득시킬 수 없는 답변이다. ‘착한 PB’ 개념이 잘 와닿지 않기 때문이다. “‘착한 품질’은 음식의 질을 포기하지 않는 것이다. ‘착한 가격’은 음식값을 지나치게 높게 정하지 않는 것이다”는 등 설명을 덧붙이는 것이 좋다. 채점관이 처음 듣는 자신만의 용어를 말할 때는 적절한 부연 설명이 필요하다.

Q 국토 대장정을 하면서 기억에 남는 일이 있는지.

A 예전에 국토 대장정을 떠났던 한 대학생이 사망했다. 그래서 우리가 떠날 때도 안전성에 대한 불신이 있었다. 기획단으로 활동하면서 단원 부모에게 직접 연락해 “천천히 안전하게 진행할 계획이다. 의료진과 동행한다”고 알려줬다. 믿음을 주기 위해서였다. 결국 참가 신청자의 95% 이상을 데리고 갈 수 있었다. 일을 차근차근 계획해서 진행하면 뭐든 가능하다는 것을 배웠다.

▶ 어려움을 극복한 경험을 잘 드러냈다. 리더십·조직 헌신도를 드러낼 수 있는 답변이다.

실전 면접 평가 6하원칙 중 ‘왜’가 부족하다. ‘무엇을’ ‘어떻게’ 등 항목은 비교적 잘 답했다. 지원 분야에 대해 관심이 높은 데다 관련 경험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 용어·트렌드를 막힘 없이 언급한 것은 답변 재료가 풍부하다는 것을 드러내 준다. 그러나 ‘왜’ 부분에 대한 설명이 부족했다. 이 부분은 모의 면접을 통해 따로 연습해야 한다. 한 번 고민을 해야 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서미영 상무는 “열정·준비성을 갖췄다는 것을 드러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왜’ 그 길을 택했는지 설명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준성 직업평론가는 “전략·전문성을 지닌 인재라는 것을 드러내기 위한 훈련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STEP 3 총평]

색깔이 분명하다. ‘식품·유통업계 지원자’라는 소신이 뚜렷하다. 전공·자격증·인턴 등 관련 경험을 잘 쌓았기 때문에 ‘꾸준히 준비했다’는 인상을 준다. 그럼에도 그런 부분이 (서류에 비해) 모의 면접에서 잘 드러나지 않았다는 평가다. 자문단은 “면접은 ‘연습’”이라며 “며칠 안 남은 만큼 끊임없이 연습하라”고 충고했다.

“진로를 폭넓게 봐야 한다”는 지적도 있었다. 서미영 상무는 “식품·유통업계 특성상 업무 배치가 다양하다”며 “식품 MD에 집중하지 말고 진로를 열어 두라”고 조언했다. 김준성 평론가는 “식품을 ‘맛’과 ‘멋’으로 나눠 이야기할 수 있도록 개성 있는 전략을 준비하라”고 말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