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평세 교수 "바이오칩 의술 활용 본격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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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9면

바이오칩으로 세계 제패를 꿈꾸는 한국인 과학자가 있다.

화제의 주인공은 이평세'(李萍世 : 초두밑에 삼수변 없는 평평할 평, 미국명루크 리)' 교수. 박사학위도 받기 전 미국 버클리대에서 정식교수로 임용했을 정도로 이 분야에서 주목받는 세계적인 연구자다.

李교수를 버클리대 연구실에서 만났다.

- 바이오칩이란 어떤 것인가.

"한 마디로 반도체 칩에 생화학연구실을 얹어놓은 것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반도체칩 위에 극소량의 생화학 물질을 담은 여러층의 검사장치를 깔아 환자의 몸속에 투입한 후 이를 외부에서 조정하고 정보를 얻어내는 것이다."

- 어느 수준까지 개발돼 있나.

"지금은 피검사나 소변검사를 하는 정도지만 5년 이내 보다 정교한 인체 검사에 쓰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예컨대 환자의 상태를 정기적으로 측정해 결과를 병원 컴퓨터로 전송하면 매번 병원에 가지 않고 몸의 이상을 주치의가 바로 알 수 있다. 종합검진을 집에서 상시로 받을 수 있다는 뜻이다."

- 이 분야에서 한국이 세계를 제패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근거는.

"한국은 이미 반도체 기술이 상당히 축적돼 있고, 이 분야가 초기 개발 단계여서 다른 분야에 비해 따라잡기가 상대적으로 유리하다. 이미 미국은 물론 독일.스위스.네덜란드가 국가적으로 바이오칩 개발에 집중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여기서 누가 이기느냐에 따라 앞으로 세계 산업판도가 바뀔 수 있다. 어쩌면 지금 각광받고 있는 인터넷산업보다 더 큰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 이런 면에서 바이오칩 시장의 선점효과는 측정할 수 없을 정도다."

- 교수 임용과정이 남달랐다고 들었다.

"워낙 생소한 분야이다 보니 학교측에서 특별한 관심을 가진 것은 사실이다. 특히 1백여명의 쟁쟁한 경쟁자중 박사학위 논문도 완성하지 못한 사람을 곧바로 교수로 채용한 것은 이례적이다.

개인적으로는 바이오칩 개발을 박사과정 연구주제로 택한 후 정말 미친듯이 일했고 학교측에서도 이 분야의 가능성을 어느 정도 인정했다고 생각한다. 박사학위 논문은 지난 주에야 겨우 제출했다."

- 바이오칩 연구를 시작한 계기는 무엇인가.

"학부는 생물리학을 전공했지만 의학과목을 많이 들었고, 졸업 후엔 레이저 다이오드와 초전도체 개발에 참여했다.

특히 상온에서 작동하는 초전도체 칩 개발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가 실패로 끝난 후 박사과정의 주제를 잡는 과정에서 바이오칩이란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미국 버클리대(캘리포니아주)〓김종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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