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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일은행 몫만 정부서 떠안아… 형평성 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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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시중은행들이 지난 1991년 옛소련에 차관을 제공했다가 못받은 원리금 가운데 제일은행 몫만 정부가 떠안은 것으로 밝혀져 형평성 논란이 일고 있다.

9일 금융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 제일은행이 뉴브리지 캐피털로 넘어가면서 옛소련에 제공했던 1억1천만달러 상당의 차관 원리금 미수채권을 예금보험공사 산하 정리금융공사에 넘긴 것으로 드러났다.

91년 국내 10개 은행은 옛소련에 대해 은행단 차관으로 5월과 11월 각 5억달러씩 모두 10억달러를 제공했었다.

그 중 앞서 제공된 5억달러의 이자분만이 알루미늄.헬기.탄약 등 현물로 상환되고 있고 나머지 원금 10억달러와 5억달러의 이자는 한푼도 돌려받지 못한 상태다.

금융계 관계자는 "러시아차관에 참여했던 은행들이 차관제공시 보증을 섰던 정부에 지난해 두차례 돈을 대신 갚아달라고 요청했던 것은 외면하면서 제일은행에만 미수채권 부담을 털어준 것은 형평에 어긋난다" 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제일은행측은 "러시아 차관 미수채권을 정리금융공사에 넘김에 따라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을 높이고 국제신인도 향상에 보탬이 된 것은 사실" 이라면서 "그러나 이는 정부가 뉴브리지와의 약속을 이행한 것일 뿐" 이라고 밝혔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지난해 11월로 러시아의 3년 거치 5년 상환기간이 끝났지만 현재로선 아무런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면서 "새로 출범한 러시아 푸틴 정부와의 신속한 협상을 통해 상환기간과 이자율을 재조정하고, 여의치 않을 경우 보증을 선 정부가 대지급에 나서야 할 것" 이라고 말했다.

당초 옛소련에 대한 은행단차관 규모는 은행별로 ▶산업은행 1억5천만달러▶국민.외환.상업.한일.제일.조흥.서울은행 각 1억1천만달러▶신한.한미은행 각 4천만달러였다.

이후 은행권 구조조정으로 한빛은행은 상업.한일은행분을 합쳐 2억2천만달러로 늘었고 제일은행 차관분은 소멸했다.

지난해 말 현재 해당 차관에 대한 원리금 미수액은 15억2천만달러로 추산되고 있으며, 이 중 90%는 정부가 지급보증을 섰다.

허의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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